한 스님의 파렴치가 무슨 대단한 일이기로 전체 불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겠나하고 생각할 수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엄연히 머리 깎고 승복을 갖추어 입고 아무리 거들떠 보지않는 장애아들을 한가족처럼 보살피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함으로써 전국의 불자는 물론 사회에서도 '대표적인 불교복지 사업가'로 알려져온 그 일력의 성스러운 행적이 모두 거짓과 사기로 밝혀졌으니 이는 어느 한 개인의 파렴치 행각으로 치부하고 말 일이 아니다.
우선 이 일은 스님들의 이미지를 아주 구겨놓았다. 일력이 조계종 소속의 승려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그가 우리사회에서 버젓이 불교의 스님으로 행세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님'의이미지는 훼손될 밖에 없다. 사회에서는 다만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 모두 '스님'으로 알고 대접하기 때문이다. 그가 도가 높고 행실이 바른가의 여부는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런 현실 자체가 비이성적이고 부당한 것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30개 종단이 난립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런 딱한 혼동이 향다반사일 밖에 없다.
이번 일력사건으로 더 타격을 받은 것은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그많은 종단이 있고 스님들이 있지만 이렇다 할 불교복지시설도 없다는 현실이 이번일로 드러났다. 소쩍새마을은 그나마 사회에 잘 알려진 불교복지 시설이다.
거기서 일어난 파렴치는 모든 불교복지시설에도 의혹의 눈길을 던지게 만들었다. 불교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하는 물음도 없을 수 없다.
더 심각한 타격은 불교와 불교인이다. 그러지 않아도 불교는 그간 수많은 사건들로 사회적으로 지탄 대상도 되고 비웃음의 대상도 되곤 했다. 그런판에 소쩍새 마을의 부조리는 또한번 불교에 대한 나쁜 인상을 사회에 심었다. 그리고 일력에게 매달 2억원을 지원한 7만에 가까운 불자들마저 악인의 악행을 도운 어리석은 선행자로 부각될 판이다.
그렇지만 이런 불행이 결코 불교와 참 불자들을 오래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일력은 자신의 과오가 들통나자 몸을 숨겼지만 흔쾌히 소쩍새 마을의 운영권을 불교계에 내놓았다고 들린다. 그에 따라 승가대학이 이를 인수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이는 소쩍새 마을의 장애인들을 위해서나 불교를 위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시설이 어떻게 잘 운영될 것인가의 여부다.
만일 소쩍새 마을의 모접적인 복지시설로 새로 태어난다면 일력스님의 공로도 일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보시를 베푼 불자들의 성심은 더욱 보람을 얻을 것이다. 이번일로 불자들이 마음을 상하고 그간의 보시가 헛된 것이라고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불쌍한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하나, 그리고 좋은 일을 돕겠다는 그 거룩한 마음으로 이미 불자들은 무량한 복덕을 지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실제로 그간 수많은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 불자들의 선의는 소쩍새 마을의 아픔을 넉넉히 쓰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공 종 원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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