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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밤거리에 내몰린 노숙인들의 ‘관음보살’

  • 상생
  • 입력 2018.06.08 22:13
  • 수정 2018.06.12 09:36
  • 호수 1443
  • 댓글 2

승가결사체 다나 대표 탄경스님
새벽 4시 노숙인에 먹거리 나눔
국제구호·이주민·노숙인 지원 등
​​​​​​​“묵묵한 자비실천이 스님 역할"

 건네는 손이 조심스럽다.
놓이는 소리에 혹여 잠에서 깰까 건네는 손이 조심스럽다.

새벽 4시. 달빛으로 희붐한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매주 월요일 서울 종로 주변 노숙인들에게 먹거리를 나눠 주는 승가결사체 ‘다나(다함께 나누는 사람들)’ 대표 탄경 스님이다.

컵라면, 초코파이, 음료팩을 담은 꾸러미 100개를 카트에 싣고 종로 거리를 누비며 스님은 잠자는 노숙인들이 깰까 그 옆에 살짝 내려놓는다. 간혹 깨어있는 노숙인들은 스님이 건네는 물품을 받으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고맙습니다” 인사한다. 스님은 일주일마다 보는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 축원의 마음을 보낸다.

승가결사체 ‘다나’ 대표 탄경 스님이 서울 종로 주변 노숙자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고 있다. <br>​​​​​​​놓이는 소리에 혹여 잠에서 깰까 건네는 손이 조심스럽다.
승가결사체 ‘다나’ 대표 탄경 스님이 서울 종로 주변 노숙자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고 있다.

종각역을 지나 을지로입구역, 보신각, 탑골공원을 돌아 공원 뒤 고물상에서 나눔은 마무리 된다. 누워있는 사람, 폐지를 줍는 사람, 포장마차 철거해주는 사람 등 노숙인의 모습도 다양하다. 폐지를 주워오는 노숙인들을 위해 고물상 주인에게 먹거리 꾸러미를 맡기면 가득 찼던 카트가 텅텅 비어 돌아오는 길이 가볍다.

“새벽에 카트를 끌고 나가면 굉장히 무거워요. 길도 울퉁불퉁하고 힘들지만 나눠주고 돌아올 때는 가볍습니다.  이게 내 마음을 비우는 공부법입니다. 깨끗하게 시줏돈을 쓰는 게 내 계율이고 시줏돈을 어떻게 잘 나눌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내 화두예요. 노숙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 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 생애 나하고 성불의 길을 같이 가자고 기도하는 것뿐이죠.” 

스님이 나누는 삶을 화두로 삼은 계기는 2005년 파키스탄 지진피해 구호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능인선원에서 파키스탄 지진피해를 알리며 한 달 동안 모금한 돈이 약 1억원. 기금 전달만 하려다가 의료봉사팀과 구호활동팀을 꾸려 약 2주 동안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일분 일초를 아껴가며 갑작스런 재난과 맞닥뜨린 이들을 돕고자 최선을 다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스님은 ‘이번 생은 삶의 현장에서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발원했다.

승가결사체 ‘다나’ 대표 탄경 스님이 서울 종로 주변 노숙자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고 있다. 놓이는 소리에 혹여 잠에서 깰까 건네는 손이 조심스럽다.
카트가득 먹거리를 채워 종로 거리를 누비는 탄경 스님.

스님은 2015년 ‘다나’의 전신인 ‘젊은부처들’ 설립준비위를 발족하고 그해 네팔 지진피해 구호활동을 했다. 지진피해 후속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매년 네팔을 방문해 의료봉사, 물품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17년 ‘젊은부처들’에서 ‘다나’로 단체명을 변경하고 계속 자비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다나는 △초국적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국제연대 △국내외 이주민 문제 해결 및 지원 △국제연대, 이주현상, 사회적 소수자 연구 △청년 교육·조직화 △국내 결손가정 후원 등 5개 영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로는 국내빈곤층 후원, 이주민행복쉼터 지원, 네팔교육지원, 지구촌평화교실 운영, 라오스태양광 발전소 건설, 해외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님과 ‘다나’의 원력에 조계종도 최근 화답했다. 조계종 교육원은 ‘다나’를 전법교화활동 승가결사체로 선정하고 활동만으로도 스님들이 이수해야할 연수교육시간을 인정했다. 

스님은 약자에게 다가가고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불교가 해야 할 일임을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힘겨운 삶의 현장에 함께 해야 한다”며 “시대적 문제에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묵묵히 자비를 실천하는 게 스님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이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고픈 스님은 여력이 되는대로 밥차 운영을 꿈꾸고 있다. 스님은 “아직 자금이 부족해 꿈만 꾸고 있지만 아침에 밥차를 운영해 보려고 한다”며 “여름이라도 새벽이면 날이 차다. 아침에 따뜻한 밥과 국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들에게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02)730-0715(010-5347-4178), http://dana.or.kr/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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