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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쌓여 평생이 되는 것을

기자명 희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6.18 10:23
  • 수정 2018.06.18 10:25
  • 호수 1444
  • 댓글 0

복지관서 접하는 어르신 부고소식
‘제행무상’ 진리 가슴으로 와닿아
가까운 것에 대한 소중함 일깨워
수행으로 여여한 일상되길 소망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유월도 하순을 향해가고 있다. 이맘때면 복지관에선 상반기 살림 점검을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점검하면서, 살아온 것을 돌아보고 남은 하반기도 잘살아가자고 초심을 다진다.

“일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한해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평소 직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일상을 잘 관리를 하려면 건강관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요즘은 직원들도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식단관리뿐 아니라 요가며 헬스로 체력관리를 한다고들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공부든, 일이든지 자신의 건강을 잃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센터에 다니며 일상을 활기차게 보내다 쓰러졌던 어르신이 회복되어 다시 센터에서 활동하고 계신 것을 보았다. 살짝 야위신 것 외에는 건강해 보여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어르신은 대기업의 임원을 지내고 센터에서 취미 여가 활동으로 많은 것을 배웠던 분이다. 그러던 중 평소 당신의 취미인 클래식 감상을 동년배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강좌를 열어달라고 제안을 하셨다. 하여 ‘클래식을 읽어주는 신사’라는 강의를 열어서 이 어르신이 직접 음악을 선곡하고 그에 따른 설명을 하며 강사로서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던 어르신이 한동안 나오지 않아 안부를 묻던 과정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쾌차해 복지관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뵈니 더없이 다행스럽고 반가웠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평소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면 한동안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럴 때면 부처님이 말씀하신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은 항상 영원한 것이 없다”는 진리가 가슴으로 와 닿는다. 평소에 늘 가까이 있는 것들엔 소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문득 없다는 것을 느끼면 뒤늦은 후회를 하는 어리석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늘 생로병사는 함께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대로일 것으로 착각하면서 온갖 욕심을 부리게 된다.

사람의 목숨은 흐르는 강물처럼 밤낮없이 시간이 죽음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데 그 사실을 망각하고 언제나 살아 있을 것처럼 온갖 욕심을 부리면서 살아간다.

희유 스님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형스님의 먼 길 떠남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까운 사람의 생사를 달리하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는 저 길을 갈터인데 지금 나는 무엇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의 일상이 모여서 우리의 평생이 되고 갈 때는 평소에 쌓아 놓았던 습관의 업식만을 가져갈 것인데 지금 나는 잘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하루이다.

복지관의 일상이 쌓여 상반기가 된 것을 점검하면서도 내 수행 일상은 잘 쌓여 가고 있는지 점검을 하지 않는 자신을 반성해 본다. “세상 모든 것은 항상함이 없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그에 합당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보자. 우리 모두의 수행이 여여한 일상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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