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을 원통전이라고 합니다. 원통(圓通)의 원은 둥글다는 의미이고, 통은 통한다는 뜻이다. 나무도 이와 같이 둥글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차별하지 않습니다.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는 것처럼 나무를 만나는 법을 제대로 알면 지금의 삶이 극락으로 바뀔 것입니다.”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이각범)은 6월19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다보원에서 화요열린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강좌에는 생태사학자 강판권 계명대 교수가 ‘나무가 안내하는 마음공부법’을 주제로 일상에서 만난 나무를 통해 얻게 된 사유를 풀어냈다. 나무를 통해 인간이 쉽게 깨닫지 못하는 속성을 반성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나무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면서 올바른 삶과 사회의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묻게 하는 존재”라며 “나무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하며 ‘성장’하는 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우러져 ‘상생’하고, 인간사회 모든 분야에서 영감을 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나무가 가진 수용성이다. 강 교수는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600년 된 연 씨는 물을 만난 후 본래의 정체성인 연꽃을 피워냈다”며 “하늘이 부여한 정체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탓하고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그것이 곧 현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첩경”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의 문제는 ‘창의성’ 부재가 원인이고 나무를 관찰하는 것으로 창의성을 고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관찰은 현상의 본질을 직접 확인하는 것에 있음으로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하나의 사물을 관찰하면서 이뤄지는 사유의 세계는 단선이 아닌 전방위로 진행되는 만큼 관찰은 사유의 변증을 통해 자신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능력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방편”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갑질의 해법도 자연생태에서 찾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자연은 평등하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재단한다. 풀은 풀일 뿐이고, 나무는 나무일 뿐이지만 인간에게 필요가 없으면 잡풀이라고 하고, 잡목이라 부른다”며 “존재를 평등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데서 갑질의 문화가 생겨나고 이를 극복하려면 생태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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