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대수술’ 마치고 진면목 드러낸 미륵사지 석탑
20년 ‘대수술’ 마치고 진면목 드러낸 미륵사지 석탑
  • 임은호
  • 승인 2018.06.21 20:17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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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진단서 해체·수리 결정
9층 규모 높이 27m 추정되지만
구조 알 수 없어 6층까지 복원
부재 81% 재사용…230억원 투입
과학적 연구로 구조 안정성 확보
유물 1만점 최근 보물지정예고도
문화재청 제공.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20년간의 대수술을 마치고 새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 제공.

우리나라 탑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가장 큰 석탑인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20년간의 대수술을 마치고 새 모습을 드러냈다. 전면 해체를 결정한 지 20년, 실제 해체·보수 작업 17년 만으로 우리나라에서 문화재를 가장 오랜 기간 수리한 사례로 남았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6월20일 익산 미륵사지 현장에서 20년간의 작업 끝에 최근 수리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과 조사연구성과를 공개했다.

백제 무왕대인 639년 축조된 미륵사지 석탑은 조성 연도가 명확한 석탑 중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탑이다. 남아 있는 6층까지의 높이가 아파트 5층에 가까운 14.5m로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백제시대 목탑·목조건축 기법과 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2800개가 넘는 석재가 목탑처럼 짜 맞춘 구조로 불탑 양식이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화재청 제공.
보수 전 콘크리트로 덧씌워진 미륵사지 석탑. 문화재청 제공.

미륵사지 석탑은 여러 수난을 겪었다. 높이가 25m에 달하는 9층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히 고증되지 않은 채 서쪽 부분이 무너진 6층 형태가 됐다. 1915년 서쪽면 전체가 무너져 내리자 일제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뒷면을 콘크리트로 덧씌웠다. 1998년 실시한 구조안전진단에서 콘크리트가 노후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체·수리가 결정됐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는 석조문화재 보존·수리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한국 문화재 보존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본격적인 해체에 들어간 뒤 185t의 콘크리트를 하나하나 걷어내는 데만 3년이 걸렸다. 해체하며 걷어낸 돌이 3000개다. 이 중 81%가 다시 사용됐다. 옛 부재와 새 부재 비율은 각각 65%, 35% 정도로 최대한 재사용했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석탑은 해체 보수 직전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보수한다는 방침으로 6층 모습으로 복원됐다. 9층이냐 6층이냐를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6층 위로 탑 재료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탑 구조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미륵사지를 비롯한 백제역사문화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추정’에 의한 무리한 보수를 지양하자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는 해체조사 과정 중 1층 내부 심주석에서 사리장엄구 등 1만점에 가까운 유물이 발견됐다. 그중 금제사리봉영기에는 무왕의 왕비가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 귀족 사택적덕의 딸이라고 적혀있어 학계를 비롯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었다. 사리장엄구를 통해 석탑 건립 시기, 미륵사 창건 배경과 발원자 등이 밝혀졌다. 이후 수습한 유물들이 학술조사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최근 보물로 지정예고된 것도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다.

사업비는 총 230억원이 투입됐다. 250억이 소요된 숭례문 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외부 가설구조물 철거와 주변 정비가 끝내고 올해 12월부터 미륵사지 석탑의 웅장한 모습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2019년 건립 1380주년을 맞아 3월에 준공식을 연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문화재청 제공.
1910년 당시 미륵사지 석탑. 문화재청 제공.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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