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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보 홍수의 폐해

기자명 강경구

병 고치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 말고 병원으로

병원 찾기 전 인터넷 검색하면
그릇된 정보로 감정·경제적 낭비
검사·영상의학 한국에만 생존
내과·외과 정할 때만 검색 이용

요즈음에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어느 질병이나 막론하고 휴대폰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알 수 있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도 먼저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 정보에 따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민들이 좋은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서 ‘두통’을 검색을 한다고 치자. 인터넷에는 ‘뇌세포암’ ‘두개골 골절’ ‘경막하 뇌출혈’ ‘지주막하출혈’ 등의 사례와 관련한 수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그런데 어느 병이거나 간에 초기 증세는 거의 비슷하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게 마련이다. 인터넷 검색을 한 후 놀래서 큰 병원으로 달려간 환자들은 CT, MRI를 찍어달라고 해서 정상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안심을 하곤 한다.

여기에 두 가지 큰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번 째 가벼운 두통인데도 불구하고 환자는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심각한 불안과 초조, 걱정에 시달려야만 했다. 걱정하는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며 삶을 즐길 수 있음을 생각해 보면 인생의 매우 큰 손실이다. 두 번째 문제는 그가 경제적으로 적어도 30여만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낭비했다. 병원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검사비용이 40~5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으니 손실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1960년대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그 당시에는 이웃에게 물어보고 가족들이 상담해 주어서 근처 약방에서 구한 두통약만 먹고 대개 낫던 터이다.

나는 이미 10여년에 걸쳐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린 바 있다. 요새는 지나치게 검사 만능이다. 의사가 진찰을 하고 거기에 대해 판단을 내려서 이야기를 해주면 반응이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왜 검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느냐” 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 다시 말해서 의사가 그러한 병을 찾아내고 진단을 내리는 전문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말하자면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한테 가서 점을 쳐달라고 하고서는 점괘가 나왔을 때의 반응과 전적으로 동일하다. “그걸 어떻게 알지?” “어떻게 손도 안 만져보고, 얼굴만 보고 말하지?” 이런 식이다. 그래서 요새는 환자 신체를 진찰하여 진단을 내리는 진단학이 점점 사라져 간다. 어떤 검사를 실시할 것인가 검토하는 검사학 내지 영상의학만 알아주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풍토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외국에 나가면 그러한 의학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한국에만 독특하게 생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의학이다.

오히려 환자에게 “인터넷으로 병을 검색하지 말라”고 말씀드린다. 오히려 바로 병원에 갈 것을 권하고 싶다. 환자는 병명을 알려고 검색하겠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어느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적절한지 검색하자. 내과로 가면 되는 것인지 외과로 가야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인터넷을 사용하자. ‘건강 상담’도 내과로 갈 것인지 외과로 갈 것인지 정하는데 활용하면 된다. 그래야 이중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칼로 째고 꿰매고 입원하고 물리치료 받으면 외과이고 약을 쓰고 상담하고 설명을 들으면 내과이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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