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담마딘나 ②
28. 담마딘나 ②
  • 김규보
  • 승인 2018.07.23 15:32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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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마차 타고 법을 만나러 갑시다”

출가하겠다고 선언한 남편에
서로 사랑했던 과거 기대하며
당신과 함께 출가하겠다 선언
남편, 옳은 선택이라며 축복해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어 남편의 얼굴을 빤히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에, 허튼말을 들은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남편이 나를 시험하는 건 아닌지….

“저에게 재물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당신의 사랑과 당신을 향한 내 사랑만 있으면 된답니다. 제 마음을 알아보겠다는 속셈이었다면 당장 거두어들이세요. 세상의 모든 금은보화를 갖는다 해도 저는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차분하게 말을 하는 동안 담마딘나는, 새삼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느꼈다. 이 소중한 감정을 영원히 누리고 싶었다. 기쁨과 불안이 뒤섞여 가슴은 울렁였고 손은 떨렸다. 다시 한 번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번져 있었다. 여느 때처럼 웃으며 다가와 자신을 안아줄 듯 다정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미동도 않은 채 서 있었다. 방석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방에 견디기 힘든 적막이 흘렀다. 담마딘나는 이제 남편이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것을 벽에 기대 간신히 버텼다.

“지난 몇 년간 붓다의 말씀을 따라가 보았소. 이 작은 방에서 말이오. 내 어리석음과 욕심이 얼마나 많은 악행으로 발현돼 왔는지, 모든 과정을 똑똑히 보았소. 나는 어리석음과 욕심을 끊어내려 했고 마침내 그것에서 자유로워졌소. 이전까지는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재물에 집착해왔던 부질없는 날들이었소. 또한 나는 더 이상 여성에게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오. 그러니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려 하오. 이곳의 모든 것을 당신에게 위임하겠으니 마음대로 처분해도 상관없소.”

남편의 말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조차 기대하기 힘들 만큼 결연한 눈빛과 표정. 그토록 소중했던 남편의 사랑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편이 없다면 숱한 재물도 대수로울 순 없다. 이윽고 담마딘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한없이 밀려오는 슬픔에 휩싸여 흐느꼈다.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남편에 서운하여 다시 한 번 흐느꼈다. 그렇게 울다가 문득, 독한 오기가 차올라 눈물을 닦고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싫다고 버린 것을 제가 얼씨구나 하며 덥석 받을 것 같았나요? 그런 생각이었다면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저도 당신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어요. 당신이 모은 이 재물들도 마찬가지고요. 나 또한 당신처럼 붓다의 길을 따라갈 거예요. 어떤가요. 만족하시는가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담마딘나는 내심 남편이 용서를 구하며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붓다의 길을 따라가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기쁨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흔들며 밝게 웃기까지 했다. “옳은 선택을 했다”라는 말만 수차례 반복하다가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방 밖으로 이끌었다.

“당신이 붓다의 길을 따라간다고 하니 우리는 이제 도반이오. 붓다의 법은 우주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소. 그곳에 이르려면 수행을 해야 하오. 마음을 먹은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노릇이요. 며칠만 기다려 주오. 당신을 붓다가 계신 곳으로 안내하겠소.”

정신을 차려 보니 침실이었다.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은 그저 꿈만 같았다. 침대에 눕자 피곤이 몰려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날 이후 담마딘나는 슬픔과 분노에 마음을 다잡기 힘들어 안절부절하며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너무나 그립다가도 꼴도 보고 싶지 않은 양면의 감정은 처절한 괴로움이었다. 며칠 뒤 남편이 침실로 들어왔다.

“오늘이 그날이오. 당신이 붓다의 법을 만나는 날이지. 며칠 사이 황금 마차를 만들었소. 자 이제 황금 마차를 타고 법을 만나러 갑시다.”

법보신문 전문위원 dawn-to-dust@hanmail.net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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