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북미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 정영철 교수
  • 승인 2018.07.30 10:34
  • 호수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이 겉돌고 있다. 지난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 북한은 미국을 향해 ‘강도’같은 짓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고, 미국은 미국대로 북한에 대해 비핵화 협상의 지지부진함을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신뢰구축과 확실한 체제보장으로서 종전선언을 먼저 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의 가시적인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선 비핵화’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의 양상과 유사하다 할 것이다. 단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북관계가 순항하고 있고, 북미간 정상회담이라는 큰 고갯길을 하나 넘었기 때문에 급격한 파국으로 치닫기에는 서로가 부담이 너무 크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낙관적인 전망의 입장에서 보자면,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혹은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을 동시에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의 하나는 바로 비핵화 협상의 교착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이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추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아가 북한이 약속했던 미사일 시험장 폐쇄도 진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문제는 북한과 미국에게만 있지 않다. 그것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돌아보면 그 이유가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초의 전면적인 국면 전환은 북한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되었고, 이것을 받아 우리 정부의 평창올림픽의 평화올림픽으로의 성공적인 개최, 그리고 남북의 특사 교환과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고 주도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정부의 외교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그 동안 우리 정부가 주도하고 만들어왔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외교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듯이 보인다. 오히려 북한과 미국에게 일을 맡겨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과 미국이 주도하여 풀어나가야 하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 역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올해 초보다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일명 중재자이자 촉진자여야 한다. 아니, 지금은 중재자, 촉진자를 넘어선 설계자여야 한다.

사실, 지금의 북미간 교착의 원인은 일방적인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내놓아야 할 보상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미국에게 적잖은 책임이 있다. 다른 한편, 북한과 미국은 오랜 불신과 대립의 역사 속에서 서로에게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비록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말로 하는 신뢰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신뢰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가 나서서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서로가 동시에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고 양측을 끌어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 최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미가 있었고, 생산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다. 소강상태의 북미간 협상을 다시금 중재하기 위한 모종의 움직임을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지만, 북한과의 긴밀한 협력도 역시 요구된다. 또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두 번씩이나 판문점에서 정상이 만났고, 직통전화도 개설되어 있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여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연내 종전선언, 비핵화의 진전, 평화체제로의 변함없는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문은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우리가 열어야하기 때문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chungyc69@sogang.ac.kr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