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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는 왜 설정 스님을 불신임했나

  • 교계
  • 입력 2018.08.20 14:14
  • 수정 2018.08.20 14:31
  • 호수 1452
  • 댓글 2

종정교시 외면…미흡한 의혹 해명이 혼란 초래

총무원장 후보때 제기된 의혹
규명 약속했지만 여전히 미진
명예퇴진 종정교시 사실상 거부
종무행정 장악 등 신뢰에 균열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이 발의된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에 참석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침통한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이 발의된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에 참석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침통한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대중들의 신뢰를 받던 선승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대의기구인 중앙종회로부터 8월16일 불신임을 받았다. 앞서 “종도들 뜻을 수렴해 중앙종회 이전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설정 스님은 “12월31일 사퇴”로 시기를 재조정했다. 명예로운 퇴진 결단을 요청했던 종정,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스님, 중앙신도회의 뜻은 거부당했다. 총무원장 후보시절부터 제기된 친자 의혹에 대한 해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불신임은 더 이상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는 종단 내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풀리지 않는 친자 의혹=지난해 10월 조계종 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 스님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친자 의혹 해명을 약속했다. “깔끔히 해명하겠다”고 일성을 남겼다. 35대 집행부 출범 이후 총무원은 종무행정보다 사실상 총무원장스님의 의혹 규명에 매달렸다. 하지만 숨겨둔 딸이 있다는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다. 친딸로 의심 받는 전OO씨의 소재 파악과 유전자 검사 동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설정 스님의 약속 이행이 늦춰진 이유이기도 하다.
설정 스님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규명과 종단 혁신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던 종령기구가 유명무실해진 것도 부담이다. 총무원장 취임 후에도 범계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설정 스님은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3개월 한시적인 활동 기간 안에 의혹의 완전한 해소에는 이르지 못했다. 게다가 전체 위원장이던 밀운 스님과 소위원장 도법 스님, 간사 일감 스님의 연이은 사퇴로 이어졌다. 법원이 뒤늦게 유전자 감식병원을 지정하면서 유전자 검사 샘플 채취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조계종 행정수반으로서 위의를 떨어뜨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법통 상징 종정교시 훼손 논란=종통을 계승하는 최고 권위와 지위를 갖고 있는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사실상 외면하면서, 종도들의 우려도 커졌다. 진제 스님은 교시에서 설정 스님을 포함한 종도들에게 “종헌종법 속 명예로운 퇴진과 선거법에 의한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요구했다.
평소 승가의 위계질서를 강조했고 7월27일 거취 표명을 했던 기자회견에서도 종헌종법 질서를 피력했던 만큼 설정 스님의 교시 수용 예상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설정 스님이 연말로 사퇴시기를 못 박으면서 교시로 내렸던 명예로운 퇴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정교시에는 구체적인 퇴진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8월중 용퇴를 정중히 요청했다. 실제 교시에는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 “8월7일 밀운 스님 기자회견에 동석해 사퇴하기로 약속했다” 등이 언급됐다. 종단 안팎에서 종정스님의 권위를 훼손한 것 아니냐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잦은 인사 등 행정 장악 난맥상=최근 설정 스님의 잦은 인사를 두고 ‘원칙이 없다’ ‘무리하다’ 등 안타까운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퇴를 표명한 이후 이례적으로 수석부실장인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인사를 단행했지만, 호법부장을 기획실장으로 임명하면서 호법부장은 공석이 됐다. 총무부장은 하루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내정됐던 현고 스님도 거절 의사를 밝혔고, 기획실장이던 진우 스님이 총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2주일 사이에 수석부실장 인사가 몇 차례 이뤄진 것이다. 중앙종회에서 불신임이 결정된 뒤 첫 인사로 사서실장도 교체하면서 35대 총무원장 취임 후 수석부실장인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사서실장이 4번째 바뀌었다.
급하게 행정공백은 막았지만 당분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실장은 물론 국장급 교역직 종무원과 일반직 재가종무원들은 ‘번아웃(극도의 정신적·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상태다. 결국 설정 스님의 잇단 인사는 종무행정 공백과 혼란을 초래한 실패한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신뢰 잃은 지지층의 입장 선회=기약 없는 의혹 해명과 종정교시 봉대, 행정 장악의 난맥상, 몇 차례의 입장 번복 등이 겹치면서 피로감을 느낀 지지층까지 입장을 선회했다. 중앙종회의 불신임 결의는 종단 내부 지지를 받지 못해 빚어진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친자 의혹과 관련 사실관계에 해명보다 결백만을 주장해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교구본사주지스님들, 밀운 스님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중앙종회에서도 “의혹에 대해 명확한 소명을 못해 혼란을 야기했다. 용퇴 약속도 번복하고 퇴진을 거부해 종단이 극심한 혼돈으로 내몰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뢰에 금이 간 상태에서 설정 스님의 혁신위원회 카드 역시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친자 의혹 규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설정 스님의 개혁을 믿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설정 스님을 지지했던 한 중앙종회의원스님은 “의혹 규명을 위한 혁신위 활동에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종단 혼란상은 갈수록 심화됐다”며 “인사난맥상까지 겹치면서 종무행정 장악력까지 상실되는 모습을 봤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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