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스님! 아미타불~”
3년 전 2015년 부처님오신날. 7살 아들이 부산 홍법사 동자승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 사건 아닌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내 삶에도 즐거운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21일간 아들을 보지 못하면서 품고 있던 미안함과 설렘, 그리움 그리고 만난 아들을 대행 스님이라 부르던 그 날, 나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환희심.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감동과 눈물이 교차한다. 막연히 불교를 가깝게 여겼지만 선뜻 와 닿지 않았던 종교와 수행. 그 두 단어가 지금은 내 삶의 큰 이정표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묵묵히 사유해 본다. 나와 가족 그리고 도반들과 만나는 모든 존재들은 과연 어떤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친정어머니는 불자다. 어릴 때부터 내 손을 잡고 절에 자주 가셨다. 그만큼 어린 시절 절은 편안한 곳이었다. 어머니가 기도하시는 동안 절은 놀이터였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안 계셨던 내게 스님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자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절에 가는 횟수가 줄긴 했지만,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한 결 같이 눈을 뜨면 기도로 하루를 시작 하신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기도를 열심히 하셨는지, 그리고 지금 가장 가까운 나의 도반이 될지는….
친정어머니 얘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분이 한명 있다. 외할머니다. 외증손자의 동자승 단기출가 참여를 가장 먼저 권유하신 바로 그분. 그리고 손자의 출가수행 기간 내내 홍법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시며 너무나도 흐뭇해하시고 기뻐하셨던 외할머니, 진실행 불자. 아흔이 다 되어 가는 연세이신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늘 2~3시간을 기도하시며 아침을 맞이하신다. 할머니의 신심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같이 사는 사나운 진돗개 수미도 이 시간엔 할머니 옆에 얌전하게 앉아 기도가 끝날 때까지 꿈쩍도 안한다. 기도 책을 덮으면 산책을 가자며 껑충껑충 뛴다고 한다. 외할머니와 진돗개 수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와 아이들. 4대가 모두 수계를 받은 불자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으로 만났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의 가피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친정어머니는 늘 편찮으셔서 병원과 집을 자주 오가셨다. 어린 난 어머니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기댈 곳은 부처님이었다. 어머니가 절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나는 부처님만이 나의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결혼을 하고도 어머니는 계속 편찮으셨다.
아픈 몸으로도 어머니는 유독 기도만은 놓지 않으셨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오시는 기도의 모습이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늘 기도하는 일과를 보내시는 어머니는 이렇게 살아 계신게 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불안해하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불안함을 비우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부처님 말씀을 전해주시기를 즐겨 하셨다.
그렇게 하루하루 부처님 가르침을 항상 가까이 하시던 친정어머니는 지금은 많이 건강해져서 나와 함께 홍법사에서 불교대학 과정도 이수하시고, 포교사 고시도 함께 도전했다. 무엇보다 함께 기도하며 나의 가장 가까운 도반으로 계신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기도 수행을 하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인연이 있다. 홍법사다. 홍법사와의 인연은 외할머니의 권유로 아들이 동자승 단가출가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로 단기출가에 아이들을 참가시켰던 부모들과 자연스럽게 도반이 됐다. 아이들은 홍법사 동림 어린이법회에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들은 절수행과 인연이 시작됐다.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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