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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무색계 4선정의 의미

수행의 과보로 태어나는 정신적인 4가지 세계

무색계, 욕망은 벗어났지만
윤회는 벗지 못한 순수 정신계
공덕으로 천상계 날 수 있지만
무색계는 4선정 통해서만 가능

초기불교에서 무색계의 4선정이란 3계(三界, tri-dhātu)의 개념 가운데 욕계와 색계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고도의 정신적인 세계인 무색계의 4단계 선정이나 사후에 수행의 과보로 태어나는 4가지 처천(處天)을 의미한다.

특히 수행론적으로 무색계는 욕망이나 물질적 제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윤회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 중생들이 살아가는 높은 정신적인 세계나 경지를 말한다. 요컨대 무색계는 물질적인 것이 사라진 순수한 정신의 세계, 즉 수행의 진전에 따른 마음의 활동인 느낌(受)・생각(想)・의지(行)・분별(識) 등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말한다. 이러한 무색계는 단계적으로 ①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②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③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④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 등으로 나뉜다.

‘중아함경’이나 ‘사분율’ 등의 기술에 따르면, 붓다는 알라라 칼라마와 웃다카 라마풋타라는 두 스승으로부터 각각 요가의 선정을 사사하여 ③무소유처정과 ④비상비비상처정 등에 통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붓다는 요가의 선정주의적인 수행으로는 완전한 해탈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결국 두 스승을 떠나 고행주의적인 수행방식도 버리고, 색계의 4선을 통해 ‘숙명통·누진통·천안통’이라는 3명(三明)을 얻어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무색계의 4선정은 붓다의 정각 이후에 8선정이나 9차제정의 요소로 확립되는데, 그 이전에는 무색계의 선정요소들이 독립적인 수행법으로서 행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요가적인 사마타수행은 선정주의(禪定主義)나 수정주의(修定主義)로 본다. 이는 고요하고 평온한 선정에 들었을 때는 번뇌 등으로 인한 마음의 산란이나 동요가 일어나지 않지만, 선정이나 삼매로부터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여전히 탐욕・성냄・어리석음 등의 번뇌로 인한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마타 위주의 수행은 그 한계가 있고, 반드시 불교적 수행은 위빠사나 수행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심지어 수면 중에도 마음은 한시도 쉬지 않고 업력에 따라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마음의 특성과 그 심리적·잠재적 영향력(薰習, vāsanā)을 고려하면, 요가적인 사마타수행을 통한 삼매체험은 심리구조나 그 역동성을 파악하는 계기나 실마리를 제공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초기경전에는 무색계의 4선정이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다. ‘잡아함경’에 따르면, 붓다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시설하고 있다. “①비구들이여,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형태의 지각을 뛰어넘어 장애의 지각을 종식하고 다양성의 지각을 생각하지 않고 공간이 무한한 무한공간의 세계에 든다. ②비구들이여,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무한공간의 세계를 뛰어넘어 의식이 무한한 무한의식의 세계에 든다. ③비구들이여,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무한의식의 세계를 뛰어넘어 아무 것도 없는 세계에 든다. ④비구들이여,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아무 것도 없는 세계를 완전히 뛰어넘어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지각하지 않는 것도 아닌 세계에 든다.”

초기경전에서 무색계의 4선정에 대한 정의는 ①공무변처정은 형태를 뛰어넘어 공간이 허공처럼 무한하다고 보는 경지나 삼매, ②식무변처정은 식이 무한하다고 보는 경지나 삼매, ③무소유처정은 무한의식을 뛰어넘어 아무 것도 없는 경지나 삼매, ④비상비비상처정은 미세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듯한 경지나 삼매 등을 말한다. 결국 초기불교에서 업과 윤회의 관계를 고려하면, 현생에 재물보시 등의 선한 업을 쌓거나 계율을 잘 지키는 경우에는 삼계 가운데 욕계의 인간계나 천상세계에 태어난다. 하지만 색계나 무색계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색계의 4선이나 무색계의 4선정을 닦아야한다고 본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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