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의 도시 부산은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이자 ‘영화의 바다’로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다.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의 바다가 개장을 알린다. 용궁에서 지혜의 보물을 건져 올리듯, 수백 편에 이르는 영화의 바다에서 불자들의 눈길을 끌 작품은 무엇일까?
스스로도 불교신자임을 밝히며 독보적인 영상언어로 사유의 세계를 표현해 온 대만 차이밍량 감독은 ‘너의 얼굴’이라는 신작을 들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그의 영화는 이제 스토리를 넘어 예술의 영역”이라고 표현될 만큼 매년 새로운 시도로 영화를 제작해 온 그는 타이페이 거리에서 언뜻 본 얼굴들을 통해 받은 영감으로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그리고 사랑, 상실, 어둠과 빛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소개 글은 새로운 영화언어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티베트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페마 최덴의 신작 ‘진파’는 티베트 고원지대를 가로지르는 도로에서 만난 두 남자의 순간을 담는다. 타인을 향한 집착과 열망에 대해 은유적으로 풀어낸 영화다. 주인공들의 서로를 향한 극단적인 심리와는 대조적으로 고원의 풍경은 황량함과 먹먹함이 가득하다.
‘천국으로 흐르는 강’은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현생의 사람들이 갖는 내생에 대한 불교국가 태국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영화다. 태국의 중부 나콘사완에 사는 주인공은 돌아가신 모친을 사후세계로 모시는 여정을 떠난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보트에 앉아 삶을 반추하는 주인공을 통해 관객들도 삶을 반조할 시간을 만난다.
제목부터 불자들에게 익숙한 단어인 ‘일일시호일’은 일본 전통의 ‘다도(茶道)’가 소재다. 이제 스무 살이 된 활달한 성격의 소녀는 삶이 무기력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도를 시작해 보지만 어렵고, 까다롭고, 의미를 찾기 힘들어한다. 그러나 이후 삶의 수많은 고민과 좌절의 순간 다도는 스스로에게 치유제가 된다. 일본 다도의 미학은 물론 다도에 깃든 선불교의 정신을 발견하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묘미가 될 것이다.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는 인도 영화다. 붐비고 시끄러운 도시 뭄바이에서 지쳐버린 남데브 아저씨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곳을 찾아 홀로 떠나는 여정에서 뜻밖의 소년을 만난다. 점점 더 깊은 오지를 갈망하는 남데브씨와 신비한 붉은 성을 찾는다는 소년. 두 사람은 이 여정에서 과연 원하는 이상향을 만날 수 있을까? 봄을 찾아 천지를 헤매다 자신의 집 앞 매화 향기에서 봄을 만났다는 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줄거리다. 물론 영화의 정확한 답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중에는 대만과 네팔의 합작 영화 ‘슈퍼동자승’이 눈길을 끈다. ‘리틀보이’는 원폭2세환우로 원폭 피해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며 짧지만 혁명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형률 거사의 삶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몽키 매직’은 ‘서유기’를 새롭게 해석한 중국의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흥행작 가운데서는 1200만 관객을 넘어선 ‘신과함께–인과연’도 이번 영화제에 함께한다.
한편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불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4일부터 13일까지 10일 동안 부산 영화의전당 등 해운대 일대 5곳의 영화관 30개 스크린에서 진행된다. 영화제에서는 총 79개국의 323편에 달하는 영화가 소개된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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