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1호 교사 명진관이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용성 스님의 ‘신역대장경’ ‘고령 관음사 칠성도’ ‘통도사 자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불상’ 등과 달리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예고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40년도 채 안 됐다는 이유로 도량 내 건축물을 서슴없이 철거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전후로 근대에 지은 전각이나 요사채 대부분은 그 규모가 다소 작아 국보·보물급에 비해 웅장함이 떨어진다. 일제 강점기를 전후로 한 그 시대의 사원경제가 넉넉하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2000년대를 전후로 좀 더 많은 신도들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사찰은 신축불사를 일으키며 근대에 지어진 전각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지정 문화재가 아니었기에 허무는 데 있어서 법적 문제는 없었다. 급기야 주변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는 대규모 전각들이 물밀 듯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조계종의 경우 종단 차원의 사찰불사위원회를 발족시켜 무분별한 불사에 제동을 걸어야 했을 정도였다. 산사를 참배할 때 고려·조선의 전각은 마주할 수 있어도 유독 근대 건축물만은 볼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이 사찰 내에 한 점이라도 있다면 소중하게 다뤄주기 바란다. 현대 건축물 또한 건축·역사적 의미가 농축돼 있다면 수십여 년 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것이고, 먼 훗날에는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60%가 불교문화재인 것도 그 시대의 사부대중이 올곧게 남겨 주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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