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각장애인들의 ‘발'을 기다립니다
부산 시각장애인들의 ‘발'을 기다립니다
  • 주영미 기자
  • 승인 2018.09.17 11:28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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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맞은편 오래되고 낡은 건물인 영주시장. 이 건물 2층에는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회장 최재호) 전용법당인 금광명사가 있다. 허름한 건물 외관, 좁고 가파른 계단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회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법당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처님 모셔져 있는 불단이 여법하게 조성된 곳, 나직한 염불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곳은 오직 시각장애불자들을 위한 법당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마다 부산지역 시각장애불자들 모임인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 법회가 봉행된다. 법회 날이면 부산 전역에서 40여명의 불자들이 모여든다. 보호자와 함께 참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봉사자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30분 이상 이동해서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목탁 소리가 들리고 예불문이 이어지면 어느새 법회 참가자들은 모두 같은 일불제자가 된다.

법회 날 승합차를 운전하는 이부터 공양 준비, 법회를 집전하는 지도법사 스님까지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 정기법회는 봉사자들의 정성과 시각장애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법회는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몇몇 봉사자들은 나이가 많다. 지도법사 중 밀양 법상선원 주지 법상 스님도 마찬가지다. 스님은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 정기법회를 위해 매월 셋째 주 일요일마다 밀양에서 부산까지 내려온다. 늘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지만 항상 부족하다는 스님. 두 손을 합장하며 염불하는 시각장애불자들을 마주할 때면 법회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와 다음 법석 준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심과 정성으로 이어온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 법회가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한 봉사자가 더 이상 운전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봉사자 한 사람의 부재만으로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금광명사가 위치한 부산 동구에서 가장 먼 곳인 북구지역에 있는 시각장애불자 10여명이 당장 법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홀로 법당을 찾아오기란 험난한 여정이다. 시각장애불자들을 태우고 금광명사까지 오갈 수 있는 차량을 소유한 봉사자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답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주영미 기자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 중에는 시골에서 힘들게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을 위해 안마봉사를 하며 자신들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발원한 이들도 있다. 그 원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불자 한사람 한 사람의 법회 참석이 절실하다. 소중한 인연을 기다리는 부광시각장애인불자회에 하루빨리 가을바람처럼 청명한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

ez001@beopbo.com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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