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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유위와 무위의 의미

3독심의 현상과 3독심이 끊어진 열반의 세계

유위는 인연화합 따른 현상
무위는 절대적 진리의 세계
유전문·환멸문의 중층구조
4성제를 통해서 이해 가능

초기불교에서 유위와 무위란 일체법이나 제법을 크게 생멸현상의 유무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위(有爲, saṃskṛta)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나 조건 지워진 것, 즉 인연화합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유위는 인연화합의 산물로 생멸변화가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반면에 무위(無爲, asaṃskṛta)란 인위적으로 조작되지 않은 것이나 생멸변화를 떠난 절대적인 진리의 세계를 말한다. 초기불교에서 무위는 열반을 의미했는데, 아비달마불교에서는 3무위 등으로 좀 더 다양하게 세분화된다. 일체법의 분류방식에는 유위와 무위 이외에 번뇌의 유무에 따라 유루(有漏)와 무루(無漏)로 분류하는 방식도 있다.

‘잡아함경’은 이렇게 설하고 있다. “이와 같이 두 법이 있으니,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이다. 유위는 생(生)․주(住)․이(異)․멸(滅)이다. 무위는 불생(不生)․부주(不住)․불이(不異)․불멸(不滅)로서 비구들이여, 이것을 모든 괴로운 의식 작용이 소멸된 열반이라 한다.”

또한 ‘상윳타니카야’에서는 무위와 열반을 동일한 의미로 설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무엇이 무위인가? 비구들이여 ①탐욕의 소멸 ②성냄의 소멸 ③어리석음의 소멸, 바로 이것이 무위이다.” 또한 잠부카다카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사리불이여, 과연 열반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벗이여, 무릇 ①탐욕의 소멸 ②성냄의 소멸 ③어리석음의 소멸, 바로 이것이 열반이다.”

초기불교에서 유위는 인연화합에 따라 생주이멸을 하는 모든 현상을 말하고, 무위는 탐욕․성냄․어리석음 등의 괴로운 의식작용이나 부정적이고 잠재적인 심리작용이 소멸된 열반을 무위로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유위와 무위의 분류방식은 연기의 세계를 크게 유전문과 환멸문으로 나누는 방식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이에 대해서는 붓다의 깨달음, 즉 연기의 이법이나 연기의 세계를 교설의 형태로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4성제의 이중구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연기의 세계는 ⓐ실존적 고뇌의 문제(苦諦)와 그 본질적․내적 원인(集諦)을 제시하는 ‘유전문(流轉門)의 구조’와 ⓑ실존적 고뇌의 문제와 그 본질적․내적 원인이 완전히 해결된 궁극적인 열반의 상태(滅諦)와 열반 성취의 직접적인 수단이자 실천적인 길(道諦)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환멸문(還滅門)’의 형태인 중층구조로 제시된다.

이러한 붓다의 깨달음은 ‘상윳타니카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연기의 이치를 나타내는 법계, 즉 무위로 설명되고 있다. “비구들이여 연기란 어떤 것인가? 여래가 나타나든 나타나지 않든 그 계(界, dhātu)뿐만 아니라 법칙의 상주성과 법칙의 확정성과 이것의 조건성도 상주한다. 여래는 이것을 깨닫고 증득했다. 비구들이여, 실로 그곳에 있는 것은 진여이며, 진실성이며, 불변이성이며, 조건성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연기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붓다가 깨달은 연기란 본질적으로 조건성, 법계, 진여, 상주하거나 확정된 불변의 법칙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연기의 법칙은 유위와 무위의 관점에서는 무위의 세계와 상통한다.

한편 ‘맛지마니카야’에서 초기불교의 교설이 체계적으로 제시되기 이전에 붓다의 깨달음과 요체를 제시하는 명제, 즉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는 설명방식은 연기의 본래적 의미와 교설의 형태로 제시된 연기설의 설명방식과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도록 이끈다. 요컨대 초기불교의 교설들은 붓다의 깨달음이나 열반을 나타내는 무위의 세계를 기반으로 유위의 세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유전문과 환멸문의 이중구조로 확립된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유위와 무위는 연기설을 토대로 탐욕․성냄․어리석음 등의 3독심의 작용이나 소멸여부와도 깊이 관계된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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