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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유루와 무루의 의미

번뇌 유무에 따른 분류로 윤회와 해탈 방법 제시

고제와 집제는 유루법
도제와 멸제는 무루법
생멸현상 유무에 따라
무위·유위 긴밀한 관계

초기불교에서 유루와 무루란 일체법이나 제법을 번뇌의 유무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루(有漏, āsrava)란 마음이 다양한 번뇌에 오염되거나 물든 것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넓은 의미로는 번뇌와 동의어이다.

대체로 ‘누(漏, āsrava)’란 어원적으로 ‘누설(漏泄)’이나 ‘누출(漏出)’의 의미로 해석되는데, 즉 오염이나 번뇌는 6근에서 흘러나와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한편 초기경전에서는 맥락에 따라 누(漏)가 ‘새들어 옴’이라는 의미로 ‘누입(漏入)’이나 ‘유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하튼 유루란 마음이 오염되거나 번뇌에 물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에 무루(無漏, anāsrava)란 마음이 오염되거나 번뇌에 물들어 있지 않은 상태를 칭하거나 번뇌와 오염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를 말한다. 유루와 무루는 아비달마불교에서는 생멸현상의 유무에 따라 유위와 무위로 분류하는 방식과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세친의 ‘구사론’에서는 고·집·멸·도의 4제의 구조. 즉 유전문과 환멸문의 중층적 인과관계에 유위·무위와 유루·무루 등의 제법의 분류방식을 유기적으로 적용하여 실존적 고뇌로부터 완전한 행복(열반)에 도달하는 과정을 매우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4제 가운데 고·집·도제는 유위법이고, 멸제는 무위법이며, 아울러 고·집제는 유루법이고, 도·멸제는 무루법으로 분류된다. 이때 도제는 유위법이면서 동시에 무루법으로 바로 이러한 도제를 토대로 유위인 동시에 유루인 고·집제의 연쇄적 순환구조나 번뇌 등을 제거하여 무위이면서 무루인 완전한 행복(열반)을 획득하는 구조를 제시한다.

사실 범부중생들은 무명으로 인해 탐욕·성냄·어리석음(3독심) 등과 관련된 ①번뇌(kleśa)를 일으키게 되고, 이러한 번뇌로 인해 습관적으로 여러 형태의 악한 ②업(karma)을 행하며, 이로 인한 ③실존적 괴로움(苦, duḥkha)이 연쇄적으로 생멸하는 윤회와 업의 그 순환적 그물망에 걸리게 된다. 요컨대 이러한 ①번뇌(kleśa) ⇒ ②업(karma) ⇒ ③실존적 괴로움(苦, duḥkha) 등의 순환적으로 전개되는 3도(道) 가운데 번뇌가 바로 유루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잡아함경’에서는 붓다가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내가 이제 유루법과 무루법을 설명할 것이다. ⑴만약 색에 대해 번뇌(漏)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색을 능히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킨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또한 그 식에 대해 번뇌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식을 능히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유루법이라 한다. ⑵어떤 것을 무루법이라 하는가? 존재하는 모든 색에 대해 번뇌가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그 색을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 번뇌가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식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그 식을 사랑하거나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데, 이것을 무루법이라 한다.”

위의 경설에 따르면 범부중생들이 색 등의 5온에 번뇌(漏)가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번뇌에 취착하여 탐욕이나 성내는 마음 등을 일으키는데, 이를 유루법이라고 한다. 반면에 색 등의 5온에 번뇌가 없을 경우에는 5온에 취착하여 탐욕이나 성내는 마음 등을 일으키지 않는데, 이를 무루법이라 한다. 결국 유루와 무루란 번뇌와 업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번뇌로 인한 선·악의 업에 따른 ⒜윤회의 길(유전문)과 ⒝깨달음이나 완전한 행복(열반)의 길(환멸문)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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