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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포옹,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립니다”

자살문제 심각히 떠오르면서
생명 소중함 말해야하는 시대

어떻게 죽을 것인지 고민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직결돼

힘든 순간 소중한 이 떠올리며
인생 살고자하는 이상 가져야

내 생명외에 주변사람에게도
보살의 마음으로 토닥여줘야

원영 스님은 “생명살림법회는 죽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 하는 자리”라며 “어떻게 살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원영 스님은 “생명살림법회는 죽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 하는 자리”라며 “어떻게 살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 이 자리는 생명살림대법회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법회입니다. 불교상담개발원이 주도해 전국 30개 가까운 사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법회가 진행됩니다. 왜 생명이 주제가 됐을까요. 아시다시피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청년들 자살도 심각하지만 노년의 자살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가만히 앉아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고 목탁과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다보면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 좋은 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며칠 전 운문사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제스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서울에 가면 마포대교에 꼭 가보고 싶대요. 저는 갑자기 걱정이 들어서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었죠. 사제스님은 도반스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도반스님이 한때 굉장히 힘들어서 죽고 싶었대요. 그래서 마포대교를 갔는데 거기에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같은 가슴에 와 닿는 글이 쓰여 있었다는 거예요. 기분이 좋고 희망차게 생활할 때는 그 글귀가 와 닿지 않는데 어렵고 눈물이 날 때는 그런 글귀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제 도반스님도 그랬던 모양이에요. 내가 뛰어내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고 돌아 온 스님은 이후 출가를 했대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잘 안 해요. 사실 살다 보면 고통스러울 때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24시간 내내 고통스럽고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도 밥이 넘어갈 때가 있고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데 안 죽어요. 정말 모질고 독해야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데 그런 마음가짐이었을 때 누군가 건네는 한 마디가 굉장한 힘이 된답니다.

살면서 한 번도 죽고 싶다는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사랑에 실패해서, 사업이 망해서, 배신을 당해서 등 매우 많았을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슬퍼하고 괴로워하죠. 행복한 이유는 거의 다 비슷하대요. 그런데 불행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따져보면 다 제각각이랍니다. 각자 나름의 슬픔이 있고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 하구에 떠내려간 시체를 건져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온전하게 건져지는 시체가 있고 몸이 많이 상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후자의 경우는 뛰어내리는 순간 발버둥을 치다가 물살에 살이 다 찢겨졌기 때문이라네요. 사인을 분석해보면 발버둥친 분들은 사랑에 실패했다든지 배신을 당한 것 같은 대부분 인간관계 때문에 괴로워 자살한 것으로, 뛰어내리면서 후회를 한 경우라는 거예요. 찬물에 빠지자 정신이 바짝 들면서 허우적거리다 생을 마감한 것이죠.

부처님이 살아계시던 당시에도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수행법 중 하나로 부정관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부자들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지만 대체로 가난한 사람은 그냥 둡니다. 썩든지 짐승이 먹든지 강 위로 띄우기도 하죠. 당시 스님들은 시체가 썩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육신이 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집착할 필요 없다고 말로 알려주는 게 아닌 직접 보라는 겁니다. 한번은 부처님께서 2주 정도 선정에 드셨대요. 보름 만에 돌아와 법상에 앉아 돌아보니 자리가 숭숭 비어있는 거예요. 다들 어디 갔냐고 부처님께서 물으니 부정관 수행을 하다가 너무 무상하여 우리가 왜 살아야 하냐며 몇몇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겁니다. 나중에는 죽는 것이 두려우니까 다른 수행자에게 가서 나 좀 죽여 달라고 요청을 했고 그걸 행하신 스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수행자가 자살을 하자 부정관 수행을 멈추게 됩니다. 이후 부처님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했고 그 가르침이 불살생으로 발전해 사람뿐 아니라 생명이 있는 것을 해치지 말자는 것으로 확대됐습니다. 방생도 그중 하나입니다.

불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가르침을 줍니다. 무상함을 강조한 불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 할 때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이야기합니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인생이 무상하다고 느끼곤 하죠. 그런데 내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을 잘 안 하려고 해요. 두려우니까요. 남의 죽음은 굉장히 객관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이 되면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은 죽음이 뒤통수에 있대요. 나이 든 사람은 죽음이 눈앞에 있답니다. 그러나 머리 위에서 보면 거리상으로 같습니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어떻게 죽어야 할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대부분은 늘 죽어야지 생각하고 살지 않을 겁니다.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지만요. 그럴 때 여러분이 마음을 돌리셔야 합니다. 불교는 마음의 종교라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살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가족을 생각해보세요.

요즘 우리 환갑잔치 잘 안 하잖아요. 오래 살고 장수하니까요. 스위스는 환갑이 되면 빨간 스웨터를 선물로 준대요. 남은 인생, 정열적으로 행복하게 살라고 준다고 합니다. 60살이 넘으면 몸은 팔팔한데 ‘아휴, 난 늙어서’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녀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시간을 알차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필요합니다. 지금 이 시간을 알차게 살아가는 것,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살까를 생각하십시오. 우울함, 분노, 화에 허덕이지 말고요. 제가 지금까지 죽고 싶다는 분을 대할 때마다 그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살펴보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단 한 번의 미소, 포옹,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이런 것들이에요. 절에서 기도할 때는 이보다 더 착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집에 돌아가서 돌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집에서 회사에서 절에서 모습이 달라요.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조금 마음에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소를 갖고 웃을 수 있는, 농담도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미소 하나에, 웃음 하나에 삶이 바뀔 수 있어요. 24시간 슬플 수가 없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형제와 도반이 세상의 연을 다했을 때 슬퍼도 전체적으로 보면 그사이 사이에 미소가 있고 행복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주변에 있는 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의 한 부족은 여성이 남성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잘 웃는 지라고 합니다. 아무리 남자가 잘나도 권위적이고 딱딱하면 그 사람을 좋은 남편으로 생각하지 않는대요. 인디언 들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웃게 만드는 이를 ‘웃음 부모’로 정한다고 합니다. 웃음이라는 게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죠.

생명살림법회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다 비슷합니다. 욕망이 있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에 있습니다.

화창한 이 날, 자살 이야기로 암울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절대 암울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입니다. 생명살림법회를 봉행하는 이유입니다. 자살에 대한 바른 견해를 갖추자는 것입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내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멋진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확실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생명의 소중함 뿐 아니라 내 주변의 생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살의 마음을 가져보세요. 옆에 있는 사람이 어렵고 힘들어할 때 토닥여주고 이해하고 들어주세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생명을 살립니다. 이것으로 이야기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정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이 법문은 9월9일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봉행된 ‘2018생명살림대법회’에서 법사를 맡은 원영 스님의 설법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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