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인씨의 ‘진기약에 관한 일고찰'
양경인씨의 ‘진기약에 관한 일고찰'
  • 양경인
  • 승인 2018.10.01 15:50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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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가 꼭 지녀야 했던 ‘진기약(陳棄藥)’은 상비약…무소유 정신도 담겨

분소의·걸식·수하좌와 함께
진기약은 출가자들 필수품
팔리율장·장로니게 등 언급
소 오줌 발효시켜 만든 약

기생충·피부질환 등에 처방
각종 해독제로도 두루 사용
가장 구하기 쉽고 흔하기에
‘무소유 삶’ 상징물로 정착
출가자가 의지해야할 사의법 가운데 하나인 진기약은 약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출가 승려의 무소유의 삶과 이상적인 삶으로 제시되면서 불교교단의 입단에 있어 통과의례의 한 부분으로 정착됐다. 사진은 인도 소의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출가자가 의지해야할 사의법 가운데 하나인 진기약은 약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출가 승려의 무소유의 삶과 이상적인 삶으로 제시되면서 불교교단의 입단에 있어 통과의례의 한 부분으로 정착됐다. 사진은 인도 소의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양경인(동국대 인도철학과 박사과정 수료)씨의 ‘진기약에 관한 일고찰’은 불교학연구회가 9월15일 동국대 충무로영상센터에서 ‘불교 인식세계의 연기와 해탈’을 주제로 개최한 가을 논문발표회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편집자

불교에서 병에 걸린 비구는 진기약(pūtimuttabhesajja, 陳棄藥)을 복용했다고 한다. 진기약이란 부란약(腐爛藥)이라고도 하며, 소의 오줌과 똥을 발효시켜 만든 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대체로 진기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경전에서는 간주(間註)로, 다양한 논문에서는 비구가 병에 걸리면 쓰는 기본적인 약이라는 전제하에, 그 재료는 소의 오줌과 똥, 혹은 사문 자신의 오줌과 똥, 그리고 소의 오줌을 발효시킨 약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진기약은 과연 어떤 약이었을까?

먼저 율장에서 진기약은 사의법(四依法) 가운데 하나로 승가에 입단하는 출가비구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서약하는 부분에서 등장한다. 사의법이란 출가사문이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생활규범인데, 분소의(糞掃衣), 걸식(乞食), 수하좌(樹下座)와 함께 진기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불교교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 준칙으로 사의법을 제정한 것은 슈라마나의 수행전통을 고스란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의법은 앞의 4가지에만 의지해서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출가 일반의 생활원칙이자 수행자로서 지켜야할 마땅한 법과 같았다.

사의법은 사실상 비구의 이상적인 생활양식이며, 사의법에 따라 엄격하게 생활하는 일부 부파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불교부파가 재가신자들의 보시를 받아 생활했는데 비교적 넉넉하고 편안한 의식주 생활을 영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진기약은 비구에게 있어서 사실상 극도의 자기 절제로 소욕지족(少欲知足)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출가사문의 이상이었고, 철저하게 복용을 강제한 약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진기약이 병에 걸리면 가장 우선시 되는 약이라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원칙을 고수하는 보다 엄격한 수행자에게 있어서 진기약은 실제로 복용 가능한 약으로서 기능하는 실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율장 등에서 설하고 있는 진기약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인도 밖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있어 진기약은 다양한 해석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인도의학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된 약의 재료는 오줌이었다. 사람의 오줌부터 소, 염소, 양, 버팔로, 코끼리, 말, 낙타, 올빼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줌을 사용한 치료법이 있었다.

힌두교 문화와 신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는 신성한 것으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인도 전통에서 어머니처럼 여겨졌다. 따라서 소의 소변이 가장 널리 언급되는데, 동물의 오줌 가운데 매우 뛰어난 치료의 특성을 지녔다고 여겨진다. 소 오줌의 다양한 약효들은 고대부터 언급돼 왔고 여전히 많은 질병에 대해 인도 의학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소의 오줌을 이용한 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직접 마시는 복용약이고 다른 하나는 바르거나 목욕에 사용되는 외용약이다. ‘차라카 상히타’에 따르면 간질 치료 시 소의 소변에 기초한 치료학적 처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간질 치료에 소의 오줌을 목욕이나 마사지 용도로 처방한다. 복부의 종양과 장기의 혹을 치료하는 데에도 소의 오줌을 권하는데, 열 가지 뿌리에서 추출하여 만든 관장약에 우유와 소 오줌의 알칼리성을 더한 것이다.

이밖에 놀라운 점은 ‘차라카 상히타’에는 소의 오줌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무려 18가지 이상이나 열거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 오줌은 벌레(기생충)를 없애고, 가려움을 진정시키며, 황달, 백색피부증, 그리고 뱀에 물린 것과 같은 독(毒)을 치료하는데 바타(vata), 피타(pitta), 카파(kapha)라는 3가지 체질까지 구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피부 질환, 특히 나병을 치료하는데 소의 오줌을 처방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떨어지는 신체의 기능들을 치료하고, 고름을 짜내고, 세균에 감염된 장기를 치료하는데 소의 오줌(혹은 다른 것과 섞어서)을 먹거나 바르거나 목욕하는 것을 처방으로 한다. 피부백색증의 경우에도 역시 소의 오줌을 처방한다. 소의 다섯 가지 성스러운 생산품으로 불리는 소의 똥과 커드(curd), 우유, 기(ghee)를 소의 오줌에 달여서 간질과 황달, 열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고대인도 전통 의학에서는, 소의 소변이 다양한 종류의 생물과 무생물 독에 대한 해독제로서 처방됐다.

이 소 오줌과 관련해 인도의 전통의학과 관련한 여러 자료에서 팔리율장을 인용한 사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소의 오줌을 진기약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진기약의 의료관행이 팔리율장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초기불교의 승가는 이에 대한 인도 전통의 의학적 지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소의 오줌을 진기약으로 사용한 예는 불교경전에서도 발견되는데 ‘장로게(長老偈)’에는 사의법에 해당하는 설명으로 좀 더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걸식(乞食)-식(食), 소의 오줌(牛溲)-약(藥), 나무아래(樹下)-거주처(臥坐所), 분소의(糞掃衣)-의복(衣服)’이 그것이다.

이 같은 네 가지 조항을 수용해야 사방승가의 사람이라고 하는 설명이 추가된 것으로 보아, 소의 오줌이 곧 사의법 가운데 진기약에 해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진기약 대신 소의 오줌을 사용한 용례이다.

율장에서 소의 오줌과 똥을 정화의 도구로 사용한 경우도 있고, 복용한 경우는 황달과 같은 특정 질병에 한해서만 약으로 사용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약건도’에서는 소의 오줌과 미로발란(myrobalan)을 섞어서 먹으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진기약의 개념이 확장된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소의 오줌은 뱀에 물렸을 때 처방되기도 한다.

인도 전통의학이 제시한 소 오줌을 활용한 다양한 약들을 모두 진기약의 범주에 넣는다면 진기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진기약은 ‘소의 오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진기약은 소 오줌 등을 섞은 약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경우는 진기약을 인도전통의 요료법으로 간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진기약이 최소한의 물품과 그에 의지하던 수행자의 것이라는 점이다. 진기약의 실체는 어쩌면 요료법의 기본이자 가장 기본적인 약인 ‘소의 오줌’ 자체이거나, ‘발효(醱酵)’라는 거창한 법제(法製)보다는 ‘진기(陳棄)’의 의미를 살린 ‘오래 묵힌 소의 오줌’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진기약이란 오래 묵어서 버릴 만큼 가치 없는 약이며, 송아지의 똥과 소의 오줌을 발효시켜 만든 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승가의 생활규칙을 담은 율장에서도 진기약 자체의 약성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그 쓰임에 대한 어떠한 강제 규정도 없다. 게다가 병에는 진기약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출가사문의 약의 원칙은 진기약이다. 율장에서 약으로 기능하는 진기약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서의 기능보다는 불교교단에 입문하는 비구에게 수행자로서의 이상(理想)을 제시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기약도 사의법 가운데 하나로 결국 출가 승려의 무소유의 삶, 수행자의 이상을 제시하면서 불교교단의 입단에 있어 통과의례의 한 부분으로 정착됐다.

율장 내에서도 진기약 대신 약으로는 다양한 식재료가 언급되고 있다. 사의법에 더해진 부가항목은 진기약에만 의존하는 의료행위에서 한층 더 다양한 치료법을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기약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소의 오줌과 똥을 ‘발효’한 것이라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진기약이라면 아무리 다양한 약의 법제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똥과 오줌 그 자체가 지닌 부정(不淨)의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다. 이는 7~8세기 인도로 구법을 떠났던 당나라 승려 의정의 ‘남해기귀내법전’과 ‘마하승기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바새계경’에서 소의 오줌과 똥을 먹는 것은 외도의 고행의 일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보면 인도 내부에서도 약간의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격한 수행생활을 영위한 부파나 혹은 부처님 당시 출가수행을 했던 매우 초기의 불교수행자들이 진기약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진기약의 재료로 언급되는 소의 오줌을 이용한 요료법은 인도의 전통의학에 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요료법이란 소의 오줌을 이용해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먹고 바르는 약을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소의 오줌 그 자체를 통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했다. 여러 원전에서 인도에서 소의 오줌은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된 상비약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효능을 가졌다는 것을 설하고 있다.

불교가 인도와 중국, 그 밖의 여러 나라로 전파되며, 시간적 지리적인 차이는 문화의 차이를 낳았고, 인도자체에서는 큰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소 오줌으로 만든 약’에 설명을 덧붙여야만 했을 것이다.

양경인동국대 대학원박사과정 수료
양경인
동국대 대학원박사과정 수료

이제는 진기약은 소의 오줌으로 만든 약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구하기 쉽고, 흔한 재료로, 적절한 효능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만한 재료인 소의 오줌으로 만든 약이 바로 진기약이다.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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