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지 56년 만에 2000번째 보물이 지정됐다. 김홍도가 57세 때인 1801년에 그린 8폭 병풍인 ‘김홍도 필 삼공불환도’가 그 주인공이다.
보물 2000호 지정을 계기로 문화재청은 “문화재적 가치가 큼에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대상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문화유산 가치 고양에 더욱 힘쓸 것임을 약속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체계적인 문화재보존 정책을 펴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중세이후부터 교황청 중심의 문화재보존사업을 전개해 온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독일, 영국, 프랑스도 18세기 이후에나 국가 차원에서 문화재를 보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국의 ‘고대기념물보호법’이 법제도로서는 최초라고 하는데 이 법이 제정된 건 1882년이다. 산업혁명 직후, 무분별한 천연자원 개발에 따라 유물유적이 급속도로 파괴·유실되어 가자 그에 따른 보호정책이 절실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20세기에 들어서서야 문화재보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건 천연자원, 국토 개발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직후에도 수십 년 동안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한 개발정책에 따라 엄청난 문화재가 땅 속에 묻히거나 물속에 가라앉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민적 이해도가 50년 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해도 국가 차원의 개발정책이 무분별하게 조급히 시행되면 문화재는 언제든 유실될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정된 문화재에 대한 관리 보수도 중요하지만 발굴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물 2000호 지정을 계기로 전해진 문화재청의 약속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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