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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NGO 활동가 이주원 씨 가족

“형·아우에서 세상 바꾸는 동지로 UP!”


이주원 … ‘아침을 여는 집’ 소장

최윤순 … 노숙자 상담 전문

이정화 … 경실련 회계 담당

이제원 … 노숙자 쉼터 자원봉사



부부가 서로 같은 일을 하면 좋은 점이 많을까, 나쁜 점이 많을까? 물론 대답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가 된다. 서로 잘 알아서 이해하는 부분도 있고 또 너무 많이 알아서 피곤한 부분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부부에서 좀 더 범위를 넓혀 한 가족이 모두 같은 일을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일반적으로 많이 하지 않는 일, 심지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을 온 가족이 함께 한다면?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이하 경불련)의 실직자 구호와 자활모임 활동을 지원하는 노숙자 쉼터 ‘아침을 여는 집’ 소장 이주원 씨 가족은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아니고 누구나 좋아하는 일도 아닌 NGO 활동가로서의 일을.

가족 모두가 NGO 활동가인 이주원(33) 씨 가족 소개를 하자면, 먼저 ‘아침을 여는 집’에서 노숙자 상담일을 하는 아내 최윤순(32) 씨와 경실련에서 회계일을 하는 여동생 정화(30) 씨, 그리고 아직은 학생이라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막내 제원(26) 씨와 예순 넷의 노모(老母) 이렇게 다섯 식구다.



'아침을 여는’ 이주원-최윤순 부부



보문동에 위치한 노숙자 쉼터 ‘아침을 여는 집’의 소장 이주원 씨와 상담자 최윤순 씨는 서로 부부사이다. 상근자가 그리 많지 않은 쉼터에서 이런 저런 궂은 일을 하다가 마음이 맞고 정도 들어 지난해 겨울인 12월 9일에 화촉을 밝혔다. 선·후배로 참여연대에서 만난 이들은 노숙자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끝에 경불련의 노숙자 쉼터 ‘아침을 여는 집’에서 이제는 매일 함께 ‘아침을 열고’ 있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덕에 이들은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쉼터의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일의 능률성도 배가된다. 이렇게 두 사람이 고민하면 쉼터 운영에 있어 합리적인 방안이나 프로그램이 개발되곤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치유 프로그램도 이들이 새로이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노숙자들과 상담하고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이들이 느낀 점은 노숙자 중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

이들 부부는 노숙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질환도 치료하고 보통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방안 연구와 실험을 거친 끝에 올해부터는 유형화된 기능성 쉼터 즉 치유 프로그램이 도입된 쉼터로서의 자리를 잡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물론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을 때는 부부인 것이 한스럽다. 사무실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서로의 생각을 주장했는데 집에까지 가서 얼굴을 마주한다는 건 ‘고문’이라고.



"막내는 무보수 밤 지키미”



열 일곱 명의 노숙자들이 살고 있는 ‘아침을 여는 집’은 저녁때가 되면 낮 동안 외부로 나갔던 노숙자들이 모두 모인다. ‘아침을 여는 집’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매우 새로운 생활이 펼쳐지기 때문에 24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낮 시간에는 이주원·최윤순 씨 부부가 함께 사무실에서 입소나 생활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하거나 쉼터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일을 중심으로 업무를 보지만 9시 이후가 되면 이 가족의 막내 제원 씨가 쉼터를 지킨다.

성균관 대학교에 재학중인 막내 제원 씨는 주로 밤사이 일어나는 일을 수습하고 책임지는 임무를 맡는다. 물론 자원봉사 활동이기 때문에 보수는 없다. 형과 형수가 없는 밤에 쉼터에서는 종종 술에 취한 노숙자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막내 제원 씨는 싸움을 말리고 술을 먹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등 예기치 못한 일들에 적절히 대응하며 충직하게 쉼터를 지키며 밤을 보내곤 한다. 형 이주원 씨가 막내 동생에 지어준 별명 ‘우비소년’ 답게 제원 씨는 싫은 소리나 내색 없이 ‘아침을 여는 집’의 밤을 지킨다.

이주원 씨 가족 모두가 NGO 활동가로 일하게 된 데는 가장인 이주원 씨의 역할이 컸다. 독립투사나 지사식으로 운동을 한다고 나서는 것은 전부 ‘사기’라며 본인의 생활, 가장 가까운 사람의 생활부터 바꿔나가며 사회의식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주원 씨. 그는 대학생인 막내 동생을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자로 일하게 하고 여동생 정화 씨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했다. 이왕이면 NGO 단체에서 일을 하라고. 그렇게 해서 정화 씨가 경실련에서 회계 일을 본 지도 3년째다.



회계일도 이왕이면 NGO 단체에서



경실련에서 일하기 전에는 오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NGO 활동에 별 관심도 없었던 정화 씨. 이제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식으로 오빠 내외가 하는 일이 어떤 건지 무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NGO 활동가들로 모인 이들 가족의 살림은 이들의 영원한 보스인 어머니가 대체로 책임지는 편이다. 바쁜 탓도 있지만 NGO 가족의 며느리 최윤순 씨를 가족 모두가 이 씨 집안의 보물처럼 생각하는 탓에 별 시집살이나 고부간의 갈등을 모른 채 살고 있는 편이다. 제원 씨와 정화 씨는 “형을 구제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걸요”라며 최윤순 씨를 친언니나 누나처럼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가족의 한 달 수입 259만원



가족 모두가 한 달간 바쁘게 일하지만 이들의 소득은 그리 넉넉지 않다. ‘아침을 여는 집’에서 이들 부부가 한 달간 일하고 서울시로부터 받는 돈은 소장 이주원 씨 92만원, 상담자 최윤순 씨 87만원. 경실련에서 일하는 정화 씨도 세금 제하고 나면 한 달 월급 80만원이 전부다. 물론 자원봉사자 제원 씨는 무보수. 이렇게 해서 NGO 가족이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총 259만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결코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에 넉넉한 돈은 되지 못한다.

그 돈으로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에 가장 이주원 씨는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별로 괴롭지 않다”며 웃어버린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책 사보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는 이 씨는 아내 최윤순 씨에게 “오랜만에 시내에 나왔는데 교보문고에 들렀다 가자”며 모처럼 인터뷰 때문에 나온 종로에서 보문동 ‘아침을 여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을 재촉했다.



글·사진=한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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