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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부정관의 의미

제행무상·제법무아 여실히 깨닫는 수행법

탐욕이 강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수행법으로 권장
똥·오줌 등 몸의 실상 관찰
애착과 감각적 욕망 제거

초기불교에서 부정관(不淨觀)은 5정심관(五停心觀) 중 하나로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이나 신체의 부정함을 관찰하여 몸에 대한 애착이나 감각적 욕망 등을 끊는 수행법을 말한다. 즉 부정관은 무덤가에서 시체가 부패해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한 후, 시체가 없는 곳에서도 마치 시체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명료하게 떠올려 그 부정한 모습을 관상하거나, 혹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똥․오줌․가래․고름 등 몸의 36가지 부정한 실상을 관찰하여 자신이나 타인의 몸에 대한 애착이나 감각적 욕망을 끊는 수행법이다.

이러한 부정관은 붓다 당시에 수행의 일환으로 탐욕이 강한 사람에게 적합한 수행으로 권장되었는데, 여러 비구들 가운데는 부정관을 과도하게 수행한 나머지 몸에 대한 심한 혐오감으로 자살에 이른 폐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중에는 부정관 대신에 수식관이 더욱 권장되기도 한다. 이 부정관은 4념처 수행과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특히 3법인 중 무상(無常)․무아(無我)의 가르침과 내용적으로 일맥상통한다. 이는 아비달마불교에서는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며, 대승불교에서는 ‘반주삼매경’ 등에서 관상법의 일환으로 계승되기도 한다.

부정관과 3법인의 긴밀한 관계는 ‘법구경’에서 엿볼 수 있다. 즉 “조건에 의해 생겨난 모든 현상(諸行)은 영원하지 않다(無常)라고 지혜에 의해볼 때, 그는 괴로움에 대해 싫어하게 된다. 이것이 청정함에 이르는 길이다. 조건에 의해 생겨난 모든 현상(諸行)은 괴로움(苦)이라고 지혜에 의해 볼 때, 그는 괴로움에 대해 싫어하게 된다. 이것이 청정함에 이르는 길이다. 모든 법들은 영원한 자아가 없다(無我)라고 지혜에 의해 볼 때, 그는 괴로움에 대해 싫어하게 된다. 이것이 청정함에 이르는 길이다."

초기불교에서 부정관은 다음과 같이 무덤가에서 직접 시체에 대한 관찰을 행한 후, 시체가 없는 곳에서도 명료하게 그 시체가 부패해가는 과정을 관상하는 수행법이다. 즉 “비구들이여, 묘지에 버려져 하루나 이틀, 사흘이 된 시체가 부풀어 오르고, 검푸르게 되고, 썩어 가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바로 자신의 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나의 이 육신도 이러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같이 될 것이며, 이렇게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그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또는 내외적으로, 몸에서 몸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면서 지낸다. 또는 몸에서 현상이 생겨나는 것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면서 지낸다. 또는 몸에서 생겨난 현상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면서 지낸다. 또는 몸에서 현상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면서 지낸다. 또는 그에게 ‘몸이 있다.’는 알아차림이 분명하게 확립된다. 바로 이 알아차림은 분명한 앎을 얻기 위한 것이며, 현상들에 대해서 놓침이 없는 알아차림을 얻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마음이 기울어져 의지하는 것이 없이 지내며, 그 어떠한 세간적인 것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몸에서 몸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면서 지낸다.”

또한 초기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비구들이여, 비구는 발바닥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그리고 머리털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이 몸은 살갗으로 둘러싸여 있고 여러 가지 부정한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반조한다. 즉 이 몸에는 머리털, 몸 털, 손발톱, 이빨, 살갗, 살, 힘줄, 뼈, 골수, 콩팥, 염통, 간, 근막, 지라, 허파, 큰창자, 작은창자, 위, 똥, 쓸개즙, 가래, 고름, 피, 땀, 굳기름, 눈물, 기름기, 침, 콧물, 관절활액, 오줌 등이 있다.”

결국 초기불교에서 부정관은 4념처와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즉 부정관을 토대로 조건 지워져 발생하는 연기적 현상에 대한 여실한 관찰과 통찰을 통해 3법인 중 제행무상과 제법무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림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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