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보리수 울창한 불산 세울 터
무우수·보리수 울창한 불산 세울 터
  •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8.11.27 16:04
  • 호수 14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보신문 창간 30주년 사설

6·10 항쟁의 함성 속에 타오른 민주화 열망이 이 땅을 뜨겁게 달굴 때 법보는 출범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새로이 열어야 할 중대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로 시작한 ‘천수천안의 거보(巨步)’ 제하의 창간 사설에서 법보는 ‘그동안 유보되었던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을 회복하고 진실한 표현의 자유로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할 것이라 천명했습니다.

평화·공존의 인생관에 따른 양심적 결단을 지키고자 군사훈련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던 오태양씨의 외침을 올곧게 담아낸 건 법보였습니다. 불살생(不殺生) 계를 지키며 개인의 양심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 했던 그의 정신에서 보살심(菩薩心)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을 지켜본 감회가 남다릅니다.

경찰에 쫒기는 발전노조 150명을 조계사가 품었을 때 법보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병력에 필봉으로 맞서기 위해 그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켰습니다. ‘촛불 수배자’로 명명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부, 철도노조 노동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했을 때도 법보는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설립됐을 때 우리는 기뻤습니다. 20여년 동안 기다렸던 도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창간 사설에서는 또한 ‘중생을 요익(饒益)케 하는 서원을 지켜가면서 부처님 사상으로 참다운 인간정신을 깨우치는 진리의 공기(公器)로써 역할을 다할 것’이라 굳게 약속했습니다. 그 원력을 실현하려 생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북한 동포들과 밥 한 공기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JTS와 함께 ‘생명의 옥수수 1000톤을 북 동포에’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그들에게 보낸 쌀과 옥수수가 미사일로 되돌아온다는 비난을 법보는 담담히 감내했습니다. 신계사·영통사가 복원됐고 북한 문화재 남북합동 조사·발굴도 이뤄졌습니다. 일촉즉발의 극단으로 치닫던 한반도에 화해와 상생의 기운이 감도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벅찬 환희심이 샘솟습니다.

북녘 땅을 향한 생명의 핏줄은 바다를 건너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로 이어졌습니다. 우물, 화장실, 학교, 병원을 짓는데 미력이나마 보탰습니다. 한국 땅에 뿌리를 내리려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세심히 보듬으려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도 설립했습니다. 가야산이 신음하고, 천성산이 울고, 사대강이 죽어갈 때, 법보는 환경운동가들과 손을 굳게 잡았습니다. 그 또한 생명을 살리는 불사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한 생명존중이 전제되지 않는 자유와 권리, 행복추구권 등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30년 발자취를 돌아보노라면 자긍심 못지않게 회한도 듭니다. 조계사 대웅전이 군홧발에 침탈당하는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김영삼·이명박 정권 때보다는 줄었지만 종교편향은 여전히 공직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권탈취 흑심을 품은 세력들의 도 넘은 불교폄훼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법보 자신을 돌아봅니다. 좀 더 깊이를 더한 통찰력으로 강단 있게 대처했더라면 일주문을 넘으려는 군홧발에 종무원이 쓰러지지 않았을 터이고, 훼불의 횟수·수위 또한 조금은 더 줄고 낮았을 것입니다.

하여, 법보는 이제 파사와 현정의 두 숫돌에 활인검을 벼르려 합니다. 불·법·승 삼보의 근간을 흔드는 궤변·세력은 사법이라 규정하고 철저하게 비판하고 파헤쳐 그 전모를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반면 교계의 귀감이 될 일은 심혈을 기울여 온 세상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만에 매인 활인검(活人劍)은 결국 사인검(死人劍)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겠습니다. 세간·출세간의 현장에서 활인검을 들려는 건 불교·사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회통과 통합을 도모하기 위함임을 약속드립니다.

법보는 30년 동안 사부대중·독자들과 함께 무우수와 보리수 종자를 심고 키워왔습니다. 숲은 울창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이제 감로수를 내려 자비의 계곡을 조성하려 합니다. 불교의 정수를 내 뿜는 불산(佛山)을 세우는 대작불사입니다. 30년 동안 지켜봐 주신 불자님들에게 감사의 합장과 삼배를 올립니다.

 

[1466호 / 2018년 1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