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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눈물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12.24 14:27
  • 수정 2018.12.24 14:28
  • 호수 1470
  • 댓글 0

형제복지원·대구 희망원 학살에
냉철한 검찰총장도 눈물 흘려
복지종사자, 자비심 늘 점검해야

눈물이 난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느냐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터져 나는 슬픔일 수도 있고, 가슴 벅차 말을 잊을 정도의 기쁨일 수도 있다.

젊은 시절 인류의 대량 학살사를 접하고 모든 의식이 일순간 마비가 왔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오랜 진통 끝에 조금은 생뚱할지 모르겠지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성을 거부하고 감성적 낭만주의를 접하면서 그 답을 찾았다. 오랫동안 감정적으로 살지 말고 이성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고, 배워왔다. 하지만 차디찬 이성은 경직된 사회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할 수는 있어도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울지 말아야 할 사람의 눈물을 보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집단 학살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것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우리보다 더욱 공고히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교육받았고 집행하는 그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을까? 그가 검찰총장이 아니라면 함께 뒤엉켜 엉엉 울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13명이 사망했다는 부산 형제복지원 학살사건과 308명의 목숨이 사라진 대구 희망원 학살사건은 명백히 인류사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왔다. 처음 그 단편의 소식을 접했을 때 나 자신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허구라고 믿고 싶었던 것은 나의 헛된 희망이었을 뿐이었다.

그 실체가 낱낱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정말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정말 그 학살, 아니 살육이 자행되고 있던 시대에 나는 희망을 품고 그 사회에 살았다는 것이 한없이 죄스러웠다. 다시 한번 인류 학살사로 몸부림쳤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기에는 나름 젊음의 열정과 판단적 집요함이라도 있어서 이성을 버리고 감성의 삶으로 뛰어들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너무 무능하고 자괴적인 의식 외에는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더욱 힘들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부산 형제복지원은 기독교 목사가 운영하는 시설이고, 대구 희망원은 천주교회 대구교구 신부님이 원장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하니 세상 사람들이 도무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예수님은 시각장애인에게도, 앉은뱅이에게도 몸소 다가가 구원의 손길을 펼치며 세상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이끌어 주시지 않았던가! 이 시대에 와서 버려진 것은 힘없고 어눌한 약자가 아니라 예수님의 몸이 처절히 버려지게 되었다는 목소리에 누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불교계도 근래에 복지 분야에 많이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정말이지 남의 허물을 들추어 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 일은 너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 동시대 우리들의 일인 것이다. 세상을 향해 일하는 불자들은 먼저 자신의 마음이 자비로 가득 채워졌는지 끊임없이 살펴볼 일이다. 마음의 작은 틈새로 세상을 무너뜨릴 물결이 몰려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성원 스님

매일매일 관세음의 자비로 우리들이 더욱 튼튼히 다져지도록 자비의 기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언젠가 명백하게 조사를 마친 뒤 검찰총장의 발표를 들으며 아직도 세상에 정의가 분명 살아 있구나 하는 먹먹함에 우리들은 누가 봐도 쉬이 알 수 없는 의미의 눈물 함께 흘렸으면 좋겠다.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70호 / 2018년 1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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