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탄생게의 의의
52. 탄생게의 의의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9.01.22 10:53
  • 호수 14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붓다의 위대함 찬탄과 중생구제 서원의 표현

한문버전과 팔리버전 달라
비바시불의 탄생게가 원형
역사적 의미의 사실 아니라
해탈과 보살의 삶 상징 표현

싯다르타 부처님의 탄생게(誕生偈)는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나 홀로 존귀하고 삼계는 모두 괴로움인데, 내가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4구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는 붓다의 위대함을 찬탄하는 것과 중생구제를 위한 붓다의 서원을 표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버전이 있고, 이해방식도 스님들이나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예컨대 탄생게는 한문버전과 팔리어 버전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즉 이는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서는 ‘천상천하 유아위존 삼계개고 오당안지.(天上天下, 唯我爲尊. 三界皆苦, 吾當安之)’로,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이나 ‘비나야잡사(毘奈耶雜事)’ 등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로 기술되어 있는데,  사실 표현상의 차이는 있어도 그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현재 이 가운데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등의 탄생게가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는 표현이다. 한편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금자이왕, 생분이진(天上天下, 唯我獨尊. 今玆而往, 生分已盡)’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내용상 이는 팔리어 버전과 일맥상통한다. 즉 ‘지금 여기에 태어났지만, 다시 태어남은 없다.(今玆而往, 生分已盡)’는 표현은 팔리 경전과 유사하다.

이러한 탄생게의 원형은 초기경전 중 ‘마하파다나숫타’의 다음과 같은 기술에서 확인된다. 팔리경전에서는 “나는 세상의 제일 앞이고, 나는 세상의 제일 위이며, 나는 세상의 최고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생이고, 이제 다시 태어남은 없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표현은 붓다 자신이 탄생할 때 한 것이 아니라, 붓다 이전의 과거칠불 중 첫 번째 비바시불(毘婆尸佛)이 탄생할 때 읊은 것으로 전해진다. 팔리경전의 기술을 고려하면, 오늘날 회자되고 있는 탄생게는 비바시불의 탄생게가 붓다의 탄생게로 변용되어 유통된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탄생게의 4구 가운데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天上天下, 唯我獨尊)’는 표현은 ‘독선적인 아집’이나 ‘세간적인 의미에서 나만이 존귀하다’는 차별적인 의미로 잘못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의 본래적인 의미는 붓다의 자리적인 측면의 해탈을 비롯한 중생제도의 이타적인 측면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붓다 자신이 그야말로 존귀하다는 것이다. 혹자는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唯我獨尊)’는 표현이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소지를 배제하기 위해, 나를 붓다 자신이 아닌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해석방식도 일견 타당하다고 본다.

요컨대 삶 속에서 인생의 좌표나 삶에 대한 희망이 퇴색해 갈 때, 붓다의 탄생게는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삶의 좌표이자 목표를 제시하는 성찰적인 의미도 가진다. 어쩌면 탄생게는 우리가 이 세상에 막 태어났을 때의 본래모습, 특히 내가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태어난 그 가치와 소중함을 종교철학적인 차원에서 가장 위대하게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 붓다의 탄생게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나 목표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결국 탄생게는 역사적인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붓다의 해탈과 중생제도를 위한 이타적인 삶의 행보를 상징적으로 예견하는 의미를 가진다. 아울러 이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인생전반과 자신의 온 존재를 던져서 추구할만한 궁극적인 인생목적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 붓다의 탄생게는 현대사회에서도 인생의 본질적 의미와 그 실존적 가치를 성찰하는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이해되고 재해석될 수 있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