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바이 딘 사원
2. 바이 딘 사원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9.01.22 13:38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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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속 풍경 빼닮은 베트남 최대 사원

불탑 중심 건축과 웅장함 인상적
1200미터의 나한상 배열도 장관
800년 간 마르지 않은 우물 눈길
베트남 건축 감상 발길도 이어져
바이 딘 사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탐테 사원에는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거대한 청동 삼존불이 있다.

베트남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닌 빈(Nin Binh) 지방에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드높은 산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듯 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200미터 높이 언덕 위에 우아한 모습으로 서있는 바이 딘(Bai Dinh) 사원이다. 드높이 자라고 있는 푸르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이 딘 사원은 바이 딘 불탑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감싸고 서 있는 여러 개의 불교 건축물과 그 특유의 웅장함이 더해져 더욱 인상적이다. 사원 내에는 역사가 아주 오래된 몇몇 불탑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큰 종탑들이 더해져 사원의 완성미를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바이 딘 사원은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불교 사원이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베트남 불교 신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건축을 감상하기 위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바이 딘 사원을 찾아와 그들의 카메라에 사원의 아름다움을 담아 가고 있다. 특히 바이 딘 사원에서는 음력 1월6일부터 축제가 열리는데 사원 내에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는 이 축제는 음력 3월까지 이어진다.

이 거대한 바이 딘 사원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건물이 모두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것은 아니다. 바이 딘 사원 내에 가장 오래된 건물이 지어진 때는 리(Ly) 왕조 (1009년~1225년) 시대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베트남의 리 왕조와 한국과의 관계를 찾아보는 데에 있다. 불교를 기반으로 탄탄한 왕조를 이어가던 리 왕조는 트렌(Tren) 왕조의 공격을 받으며 점점 쇠약해지다 무너지고 만다. 리 왕조의 마지막 직계 왕손이었던 리 롱 투옹(Ly Long Tuong) 왕자는 트렌 왕가에 의해 처형될 것을 두려워하다 배를 타고 고려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리 왕조의 남은 일가족 600여명이 함께 고려로 떠났다. 고려의 제23대 왕이었던 고종(재위 1213~1259)을 만난 리 롱 투옹 왕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종의 큰 신임을 얻었고 고종 왕 소속 군사들을 지도하는 장군으로 임명됐다. 그렇게 고려의 장군이 된 베트남 왕자는 몽골의 침입을 두 번이나 격퇴하고 70세가 될 때까지 군대를 이끌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화산 출신의 이용상 장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렸고 그의 직계 후손들은 지금도 남한과 북한 전체에 6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고유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바이 딘 사원은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방문할 수 있다. 삼입문(Three Entrance Gate)이라는 이름의 사원 건물과 종탑,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이 모셔진 건물, 열반에 드신 부처님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탐 테(Tam The) 사원 등 사원 전체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양식의 아름다운 불교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바이 딘 사원 내 한 전각.

삼입문 사원을 방문하면 도자기 공예로 유명한 밧 트랑(Bat Trang) 마을에서 제조된 짙은 갈색 타일로 장식된 지붕 모습이 꽤 인상적임을 발견할 수 있다. 녹색암으로 만들어진 500개의 나한상은 건물에서 또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길 좌우로 길게 세워져 있는데 이는 아라한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과정을 상징한다. 나한상 하나만 봐도 무려 2~2.5미터 높이다. 각각 2톤이 넘는 무게라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아라한이 깨우침을 얻는 긴 과정을 묘사하며 세워졌다고 해서인지 동상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른 표정을 짓거나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500개의 동상 중에서 단 하나도 똑같은 동상이 없는 것도 참 신기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동상 하나 하나의 얼굴 표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얼굴들은 때로는 기쁨과 환희로 때로는 분노와 좌절로 때로는 자기만족과 행복으로 표현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길게 줄지어 나열된 나한상은 무려 1200미터에 달한다고 하며 이는 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긴 나한상들의 배열이다.

팔각형 형태로 세워진 종탑은 삼입문 사원을 지나면 발견할 수 있다. 삼층으로 구성된 종탑 자체도 베트남 특유의 건축 양식을 보이며 세련된 모습으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종탑 내에는 36톤에 달하는 종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베트남 전체에서 가장 거대한 종이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사원은 단층으로 구성돼있지만 그 안에 다시 일곱 개의 작은 건물들로 나누어진 거대한 공간이다. 여러 개의 눈과 수많은 손이 인상적인 청동으로 만들어진 불상은 90톤이 넘는 거대한 크기로 이곳을 방문하는 불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펩 추(Phep Chu) 사원에는 100톤이 넘는 거대한 불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상은 금으로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두 번 놀라게 된다. 실제로 이 불상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상으로 공식 인정되고 있다. 탐 테 사원 건물은 바이 딘 사원의 가장 마지막 즉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담티(Dam Thi) 호수와 홍롱(Hong Long) 강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이 딘 사원 곳곳을 방문하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쌓여왔던 육체적 피로는 담티 호수의 그림 같은 전경을 내려다보면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다. 이곳에 오르자 바이 딘 사원이 철저하게 풍수지리학에 따라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탐테 사원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거대한 청동 불상 세 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세 개의 불상 하나하나는 각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각각 50톤에 이르는 불상은 그 높이가 무려 7미터에 달한다. 

이제 바이 딘 사원을 뒤로하고 가파른 언덕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그 유명하다는 느곡(Ngoc) 우물을 발견하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물리학자이자 덕망 높은 스님이었던 느구엔 민 콩(Nguyen Minh Khong) 스님이 이곳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약초와 섞어서 다양한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약들로 동네 주민들은 물론 두옹 호안 왕자의 병까지 치료했다고 한다. 6미터 깊이에 보름달 모양의 이 우물은 800여 년 전 만들어진 그때부터 지금껏 한 번도 메마른 적이 없다고 하며 이런 배경 덕분에 불자들 사이에서는 성스러운 물로 여겨지고 있다. 

거대한 불상들의 인상적인 무게와 크기들, 또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나한상들이 장식된 길 등 바이 딘 사원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자연 환경 속에 위치한 데다가 수많은 전설과 오래된 역사를 담고 있기에 우리에게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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