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계(世界)
4. 세계(世界)
  • 현진 스님
  • 승인 2019.01.22 13:44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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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해와 한 개의 달빛이 비출 수 있는 범위

가장 작은 세계는 일소세계
수미산·해·달 등 하나씩 존재
일소 천개 모이면 소천세계
중천 천개 모이면 대천세계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혹은 465억년이며, 이론상으로 관측이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930억 광년에 이른다고 한다. 이 말은 지금까지 관측 가능한 우주에 대한 그 나이와 지름의 추정치일 뿐이므로, 결국 결론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불교에선 세계의 형태나 규모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불교의 세계관을 살펴보자.

하나의 작은 세계인 일소세계(一小世界)는 허공에 바람이 일어 생긴 풍륜(風輪)을 기초로 그 위에 커다란 물의 바퀴[水輪]가 돌고 있으며, 다시 그 위에 쇠로 된 바퀴[金輪]가 돌아가고 있는데, 이 세 바퀴가 한 작은 세계의 기반인 셈이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우뚝 솟은 수미산이 하나 있고, 수미산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담수(淡水)바다와 그 담수바다를 네모지게 다시 둘러싸고 있는 산맥이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펼쳐져 있다. 가장 바깥의 산맥 바깥으로 한 겹의 염수(鹽水)바다가 더 있고 그 바깥으로 철위 산맥이 전체를 둥글게 감싸 안고 있다. 철위산 안쪽의 염수바다에 동서남북으로 모두 네 개의 큰 대륙이 있는데, 우리가 사는 곳은 그 가운데 남쪽대륙인 남섬부주(南贍部洲)이다. 이것이 하나의 작은 세계이다.

작은 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을 ‘작은 1천의 세계[小千世界]’라 일컫는다. 그러니 소천세계엔 1000개의 수미산과 1000개의 태양과 1000개의 달과 1000개의 남섬부주가 있는 셈이다. 소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을 ‘중간인 1천의 세계[中千世界]’라 일컫는다. 그러니 하나의 중천세계엔 1000의 제곱인 100만개씩의 태양과 달과 남섬부주가 있다.

중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을 ‘커다란 1천의 세계[大千世界]’라 일컫는다. 그러니 하나의 대천세계엔 100만의 제곱인 10억개씩의 태양과 달과 남섬부주가 있다. 대천세계는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도 불리는데, ‘세제곱한 1000만큼 큰 1000으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라는 의미이다.

세계(世界)란 말은 범어 ‘로카다투(loka­dhātu)’의 번역어인데, 하나의 세계라고 하면 ‘하나씩의 해와 달이 빛을 비출 수 있는[loka, 世] 범위[dhātu, 界]’를 말한다. 그래서 세계란 좁은 의미로 수미산 하나에 해와 달 및 남섬부주가 하나씩 갖추어져있는 제일 작은 규모의 일소세계를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거대한 삼천대천세계를 가리킨다.

사바세계(娑婆世界)의 사바는 범어 ‘사하(sahā)’를 소리로 옮긴 것인데, ‘견디다’ 또는 ‘인내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동사 ‘사흐(√sah)’에서 온 것으로, 사바세계는 인내해야 하는 혹은 감내해야 하는 세상을 말한다. 한 분의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펼치신 세계가 곧 이 사바세계인데, 그것이 하나의 작은 세계인 일소세계를 가리키는지 아니면 일소세계가 10억개 모인 삼천대천세계를 가리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명의 전륜성왕은 하나의 일소세계에 있는 네 곳의 대륙만을 그의 통치세력권으로 여긴다. 그런데 불교에서 사바세계를 힘들게 견뎌야 하는 세상으로 표현한 데 반해, 힌두교 시각에선 사바세계를 고통이 따르지만 견딜만하고 즐길만한 곳으로 간주한다. 아마도 ‘싸흐’가 ‘안심하다’ ‘기뻐하다’ 등의 의미도 지닌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삼천대천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부파불교에서 이 세계는 초선천에서 사선천까지의 다소 복잡한 구조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아무튼 모두 56차례의 불[火]에 의한 파괴와 7차례의 물[水]에 의한 파괴 및 최후로 제64번째엔 바람[風]에 의한 파괴를 통해 완전히 무너져 완전히 변하게 된다. 그러면서 성주괴공(成住壞空)의 한 기간이 12억 8000만년이라 하였으니, 현대과학으로 계측한 우주의 나이에 비해선 제법 짧은 편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74호 / 2019년 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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