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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곁의 도반과 선지식 ② - 진광 스님

기자명 진광 스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반이자 선지식입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영원한 스승
또한 나만의 부처님이며 선지식

나 있게한 덕숭산, 서해, 평야도
나의 도반이고 선지식이며 부처
방장 원담 스님 시봉했던 그때엔
방장 스님이 바로 부모이며 부처

​​​​​​​살면서 만났던 모두가 스승이니
모든 인연 자비덕화에 감사할뿐

그림=허재경
그림=허재경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영웅이고 도반이며, 선지식이자 부처입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영웅이자 도반이며, 선지식과 부처님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의 아버님과 어머님은 나의 영원한 스승이자 선지식이며, 또한 나만의 부처입니다. 그 모진 세월을 오직 자식 잘 되기를 바라며 온갖 고초를 다 겪으셨으니까요.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은 나의 오랜 도반이자 스승입니다.

대학시절 함께한 거봉, 영조, 동관은 나의 영원한 도반이자 스승입니다. 존경해마지 않는 호진 스님과 지형 스님, 그리고 은사가 될 뻔한 진옥 스님은 저의 선지식이셨습니다. 또한 사랑과 이별을 통해 무언가를 일깨워 준 에피탑(Epitaph)과 B.B와 소하(素荷)는 내 인생의 스승입니다.

충남의 가야산과 덕숭산, 그리고 서해와 평야지대는 나의 도반입니다. 백제 무왕 2년(601년) 이곳에 수덕사를 처음 세우고 ‘법화경’을 설한 혜현(惠顯) 법사는 나의 선지식입니다. 이곳 관음바위에 얽힌 전설속의 정혜도령과 수덕각시는 나의 부처입니다.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역대 고승들과 화주, 시주, 도감, 별좌 등의 스님 네와 신도들은 나의 선지식입니다.

구한말 홀연히 나타나 한국 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성우 대선사와 그의 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 한암 등은 나의 선지식입니다. 만공월면 대선사 회상의 모든 선지식들과 수좌들이 바로 나의 스승입니다. 혜암, 벽초, 원담, 설정, 법장선사로 이어지는 덕숭가풍의 모든 문도들 역시 나의 스승입니다.

처음 출가해 원담 방장스님 시봉을 3년간 하였습니다.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혹은 덕산온천에 목욕 갔다가 ‘뜨끈이집’에서 해장국 먹고는 토굴로 들어와 죽도로 대련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에는 흥이 나는지라 염불당(念佛堂)에서 ‘만고강산’ 같은 단가를 부르기도 했지요. 그렇게 3년간 노스님을 시봉한 공덕으로 아직 중노릇을 하는가 봅니다. 원담 방장스님은 나에게 할아버지이자 아버지와 같았고, 때론 도반이자 선지식이며, 부처이기도 하였습니다. 

은사이신 법장 스님은 직접 손수 제 머리를 삭발해 주시고 오랫동안 시봉을 하였으니 그야말로 친부모와 같았습니다. 성격도 통하는 바가 있어 매양 “진광대사, 나는 니가 그냥 좋다!”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노스님 시봉하다 선방에 가겠다는 내 말을 듣고는 어느 자리에선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부처님을 다시 뵙는 듯 반가웠노라!”고 말씀하셨지요.

제 31대 총무원장이 되셔서 2년 넘게 시봉할 적에는 그리 엄하고 매섭더니만, 서울대 병원에서 심장수술 후에는 “심장이 다 나으면 함께 히말라야 설산구경 가자꾸나!”라고 다정히 말씀하시더니 그게 마지막 유언이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당신은 나의 영원한 은사이자 도반이며, 선지식이고 부처랍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꾸 당신을 닮아간다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 듣는 것이 여간 곤욕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누가 뭐래도 상좌는 은사를 자연히 닮아가는 것을 말입니다. 내 모습 어디에 당신이 살아계심이라 믿습니다!

산중의 어른이자 나이 여든 넘어서도 홀로 빨래를 하시고, 매일 아침에 ‘초발심자경문’을 설해 주신 응담 노스님은 나의 스승입니다. 언젠가 ‘취선(醉禪)’이란 휘호를 남기운채, 전월사와 함께 소신공양을 하신 연산 노스님은 나의 선지식입니다. 강포에 쌓여 나보다 먼저 수덕사에 들어온 수덕 김씨 시조인 재필이와 수덕사에서 자라던 모든 아이들은 모두 나의 부처입니다. 초파일이면 나타나는 조금 특이한 여인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엔가 저녁예불에 벽돌 들고 들어와서는 “당신이 내게 해준 게 뭐가 있어?”;라며 집어던져, 부처님 얼굴에 생채기를 냈던 그녀 또한 나의 선지식이자 관음의 화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국 선원에서 수선안거를 할 적에 만난 모든 선지식들과 도반들, 그리고 공양을 해주신 신도님들은 언제나 나의 스승이었습니다. 해제 때 만행을 하면서 찾은 전국 사찰과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자 부처와 같았습니다. 해외 배낭 여행시 만난 유적과 자연, 그리고 여행자와 현지인들은 모두 나의 도반이자 선지식이었고 또한 부처와 같았습니다.

떠돌이별과 같았던 나를 교육원에 소임을 살게 한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 본해 스님은 나의 스승이자 선지식입니다. 그동안 총무원과 교육원에서 함께 일한 스님네와 직원분들은 나의 도반이며 스승입니다. 그동안 함께한 행자들이며 기본교육기관의 교수사와 학인들은 모두 나의 스승입니다. 그동안 연수교육과 국내외 순례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은 나의 도반이자 스승과 같았습니다. 그동안 인연맺은 친인척들과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 모두가 나의 도반이고 스승입니다.

그동안 몸으로 익힌 독서와 시봉과 참선, 그리고 여행과 행정 모두가 나의 스승이고 도반이자 부처였습니다. 그 모든 인연과 자비덕화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이 세상 모든 만물과 사람과 자연은 우리 모두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의미의 도반이고 선지식이며, 부처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런 관계와 정성과 시간 속에서 나 또한 누군가의 영웅이고 도반이며, 선지식이고 부처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영웅이고 도반이며, 선지식이자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법보신문 연재인 ‘사소함을 보다’를 기획해 제안한 남배현 모과나무 출판사 대표와 모지희 기획팀장, 그리고 그들의 제안을 수용해 글을 쓰는 동은 스님도 나의 도반이고 선지식입니다. 나의 신통치 않은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와 행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누군가의 영웅이자 도반이며, 선지식이고 부처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진광 스님 조계종 교육부장 vivachejk@hanmail.net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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