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어느 명상가의 오도송
29. 어느 명상가의 오도송
  • 이제열
  • 승인 2019.03.12 15:57
  • 호수 148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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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승님 오도송 정말 굉장하죠”

많은 명상단체들 생겨나
유론·상견·일원론을 주장
외도 주장에 현혹 말아야

명상단체의 분원장이라는 여성 한분이 일행과 찾아왔다. 진지한 성격에 말솜씨가 좋은데다가 마음도 열려있어 상대방이 믿음을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의 스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분원장은 자신의 스승을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그는 스승을 부처님과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스승이 깨달음을 얻을 때 읊었다는 오도송을 읽어주었다. “마음이 곧 우주요 우주가 곧 신이더라. 마음과 우주와 신이 모두 하나이니 천국극락이 여기를 벗어나지 않았노라. 나를 버려 참 생명을 얻으니 모든 성인이 눈앞에 있더라.”

분원장은 스승의 오도송을 소개한 뒤 내게 “우리 스승님 오도송 정말 굉장하죠? 이 오도송 하나에 모든 가르침이 들어있습니다. 대각의 경지를 나타내시잖아요?”하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물었다. “마음과 우주와 신이 모두 환과 같고 꿈과 같은데 하나는 무엇인가? 나를 버려 참 생명을 얻었다는데 참 생명을 얻은 놈은 누구인가? 말해보시라”고 했다. 그러자 분원장은 내 말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즉답은 피하고 “제가 많은 분들에게 스승님 오도송을 들려줬는데 모두들 부처님이 깨달은 이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법사님은 왜 환이니 허깨비니 허망한 도리만 말씀하고 깨달음에 의해 펼쳐지는 대긍정 자리는 인정하지 않으십니까?”하고 반발했다. 그래서 내가 “분원장님이 스승께 가서 내 말을 전하고 답을 얻어오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두어 달이 흘렀을 때 분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법사님, 대화하신 내용을 스승님께 말씀드렸더니 ‘법사님은 진공만 알고 묘유는 모르시는 분’이랍니다. 생명의 근본은 마음이고 마음이 우주인데 이게 모두 하나입니다. 그 하나는 묘유입니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러더니 전화를 뚝 끊었다.

요즘 들어 수많은 명상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명상단체를 이끄는 사람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마치 한 소식 하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들 명상가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내용이 엇비슷하다. ‘육체로써의 나’ ‘개체적으로써의 나’를 버리면 우주의 근본과 하나가 되어 참 생명을 얻고 영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결같이 ‘육체의식’ ‘자아의식’ ‘개체의식’을 버리는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대부분 세간에서 유행하는 명상들은 이를 통해 극락과 천국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들 주장이 거의 불교 이론을 등에 업고 펼치기 때문에 얼핏 들으면 부처님의 가르침과 흡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부처님도 육체가 자아가 아니며 나라는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하셨고, 중생이 곧 부처이며 사바세계가 이대로 정토라고 하셨다. 그런데 명상가들이 말하는 내용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고 면밀히 공부하지 않고서는 명상가들의 주장이 왜 본질과 어긋나 있는지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과 부처님 사이에는 합쳐질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명상가들 대부분 유견(有見)과 상견(常見), 그리고 일원론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부처님 당시의 브라만교도들이 외치는 아트만(atman, 참나), 푸드갈라(Pudgala, 근원적인 나), 사트(Sat, 참 생명)의 이론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유견과 상견에 빠져있는 명상가들에게 ‘일체가 환과 같고 꿈과 같다’고 말하면 이내 나와 같은 사람의 말을 무견(無見)이나 단견(斷見)으로 받아들인다. 유견과 상견을 버리라고 한 사람을 무견과 단견을 가진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입맛이 당기는 말은 참 생명, 근원, 하나, 전체라는 용어들이다. 이들 언어 속에 감추어진 미혹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 명상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바른 견해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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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 2019-03-14 09:35:05
棄有著空病亦然 還如避溺而投火
있음을 버리고 공에 집착하면 병이기는 같으니, 마치 물을 피하다가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