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9.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 이숙희
  • 승인 2019.03.12 17:10
  • 호수 1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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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좌 중대석에 11마리 사자 조각
불상 대좌로는 거의 유일한 사례

정밀조사 거쳐 지권인 복원
통일신라 양식을 따른 불상
사자 형식 대좌는 밀교 영향
비로자나불 전형으로 형상화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불상 83㎝ 대좌 40㎝. ‘신라의 사자’(국립경주박물관, 2006)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불상 83㎝ 대좌 40㎝. ‘신라의 사자’(국립경주박물관, 2006)

경상남도 밀양 얼음골은 아무리 더워도 얼음이 녹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천황사는 이 얼음골 입구에 위치해 있는데, 근래에 중창된 사찰이며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옛 절터가 남아 있다.

밀양 천황사 대광명전에 봉안된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머리와 손부분이 크게 보수되었고 석질에서도 이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좌 중대석에 11마리의 사자(獅子)가 입체감 있게 조각된 점은 불상의 대좌로는 거의 유일한 예로,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원래 두 손은 오른손을 무릎 아래로 내리고 있었으나 1998년 정밀조사 때 팔의 위치에 따라 지권인의 비로자나불상으로 복원되었다. 불상의 어깨와 가슴은 당당하고 허리가 잘록하여 양감이 살아 있다. 몸에는 한쪽 어깨를 드러낸 얇은 옷을 입었는데 몸에 밀착되면서 신체의 곡선을 잘 표현하였다. 가히 통일신라 불상양식을 충실히 따른 비로자나불상이라 할만하다. 

대좌는 마멸이 심하여 세부표현이 뚜렷하지 않으나 형식이 특이하다. 상대에는 활짝 핀 연꽃잎을 이중으로 돌렸으며, 중대에는 높이가 낮고 두 줄의 띠가 새겨진 원형의 받침이 있다. 하대에는 복판 연화문 위에 11마리의 사자를 환조상으로 조각하고, 사자 모두 앞다리를 위로 뻗어 올려 상대의 앙련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엉덩이와 꼬리부분도 표현하였는데 사실적인 형태와 정교한 조각기법이 엿보인다. 

불교에서 사자는 흔히 두려움이 없고 모든 동물을 능히 조복시키는 ‘백수(百獸)의 왕’으로 신격화되거나 제왕으로 상징된다. 또한 그 용맹함 때문에 불법을 지키고 보호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대 인도에서는 사자를 제왕과 성인(聖人)의 위력에 비유하였고 불교에서는 석가를 ‘인중사자(人中獅子)’라 칭하였으며 그 설법 또한 모든 쓸데없는 이론을 멸한다고 해서 ‘사자후(獅子吼)’라 하였다. 

더욱이 비로자나불이 사자 위에 앉아 있는 근거는 중국 당대 밀교승인 선무외, 금강지, 불공이 번역한 밀교경전과 관련 있어 흥미롭게 생각된다. 특히 ‘금강정유가중략출염송경’에는 중앙의 비로자나불은 사자좌, 동면 아촉불은 코끼리좌, 남면 보생불은 마좌(馬座), 서면 아미타불은 공작좌, 북면 불공성취불은 가루라좌로 규정하여 금강계 5불과 대좌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사자 형식의 대좌는 밀교의 영향을 받아 비로자나불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통일신라 후기의 비로자나불상은 대부분 대좌 중대석에 구름과 함께 사자가 원각으로 표현되거나 하대석의 안상(眼象) 안에 부조형식으로 나타난다. 또 비로자나불상 외에 그 예는 많지 않지만 통일신라 후기의 영주 부석사 자인당 촉지인 불상이나 법주사 촉지인 불상 등의 대좌 하대석에서도 부조 형태의 사자상이 발견된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80 / 2019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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