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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돼 제자리 찾은 성보까지 “돌려달라”

  • 교계
  • 입력 2019.03.22 19:33
  • 수정 2019.03.22 20:52
  • 호수 1482
  • 댓글 1

사립박물관장 A씨, ‘황당’ 소송
‘몰수’ 선고 없다는 점 악용해
법무부에 물건 인도 청구 제기
2016년 징역형에도 재차 검거
성보 30여점 은닉죄 추가 혐의

전국 6개 사찰에서 도난 됐다가 2016년 A씨의 무허가 창고 등에서 발견된 보물급 불교문화재들.

불교문화재를 비롯한 유물들을 개인 수장고에 은닉해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립박물관장 A씨가 또 다른 불교문화재 30여점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A씨가 2014년 당시 소유권 포기로 회수돼 이미 제자리를 찾은 48점의 성보를 다시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계종 문화부에 따르면 A씨의 확정판결 전인 2016년 4월, 아들 B씨가 또 다른 은닉 문화재 판매를 알선하려다 검거됐다. 대상은 불교문화재 30여점. B씨의 문화재 알선 혐의는 A씨의 은닉 혐의와 함께 병합돼 형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2018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B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A씨는 2017년 3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물건 인도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이 2016년 A씨의 은닉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은닉 문화재에 대한 몰수 선고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A씨가 민법 249조에 명시된 ‘선의 취득’과 관련한 법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이 조항은 선의로 동산을 양도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으나, 도난문화재 유통매매 과정에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법상 법원이 은닉 문화재에 대한 몰수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해당 문화재가 일반 동산 문화재임을 알면서 은닉했거나, 피고인이 선의로 해당 문화재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점까지 증명돼야 한다. 오랜 세월 상습적으로 비밀 수장고에 유물을 감춰온 A씨의 수법상, 은닉죄를 입증하기엔 무리가 없지만 취득 당시 도난품임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까지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특히 A씨가 은닉한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향후 도난품임을 인지하고 취득한 경우라도 환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대다수 도난문화재가 성보임을 감안할 때, 궁극적으로 불교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화재청 통계에 따르면 2008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도난당한 문화재의 수는 1만 2000여점에 달하는 반면, 회수된 문화재는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계종 문화부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문화재의 도난이 발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도난 이후 장물 거래, 유통과 관련된 은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A씨의 주장과 같이 도난문화재의 소장 및 취득이 죄가 되지 않는다면, 문화재 유통의 음지화를 조장해 문화재보호법의 제정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부는 “이번 사건은 전 국민이 향유해야 할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자, 종교적 예경의 대상인 문화재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은닉했다는 점에서 향후 문화재 유통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중요한 사안”이라며 “도난 성보가 원래 봉안처로 온전히 돌아가고 문화재의 불법적인 유통 근절을 위해서라도 압수물 몰수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A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4월26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82 / 2019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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