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엿한 기도와 수행도반인 아들과 딸은 어린이법회 출신이다. 중고교는 물론 대학생법회까지 마치고 사회에서 제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1년 중 서너 차례 정도 딸과 함께 청도 운문사 사리암을 오르곤 한다. 이제 자녀들을 어린이법회에 보내고 있는 동림 자모회 불자들도 세월이 흘러 자신의 자녀들과 지금 이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믿는다. 20년 전 나처럼, 그리고 20년 후 지금 나와 자녀들 모습처럼. 아니다. 어쩌면 지금 자모회 불자들은 10만배 공덕을 쌓으며 20년 전 나보다 훨씬 더 활동적인 여성으로, 믿음직한 자모로, 신심어린 불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멋있다.
세향 10만배 기도가 어느덧 350일을 넘어 1년이 돼가고 있다. 108배를 처음 시작한 며칠 동안은 몸이 적응을 못해 힘들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이제는 하루하루 절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몸도 마음도 기도로 하나가 되었다. 나는 매일 저녁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저녁공양 후 세안까지 마친 뒤 항상 절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누군가는 아침 수행이 좋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녁 시간이 더 수행에 집중하기에 좋았다.
수행에 있어서도 항상 자신의 생활 패턴을 먼저 점검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수행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저녁이 좋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절 수행을 하다보면 집중도 더 잘 되었다. 항상 체력이 부족한 나였는데 108배를 하면서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건강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0만배 기도를 하기 전에도 그나마 개인적인 수행으로 삼고 있던 것이 바로 ‘108배 대참회문’이었다. 물론 시간이 되면 하고, 바쁘면 하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항상 가까이에 두고 펼칠 수 있는 기도문이 참회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10만배 기도에 동참하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기도든지 참회 기도가 기본이라고 받아들인 것은 젊은 시절부터 항상 가져 온 생각이었다. 3년 동안 매일 108배, 그렇게 10만배 기도 원력을 세우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8배를 하게 되었으니 이제야 젊은 시절부터 갖고 있던 ‘기본에 충실한 불자’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격려해본다.
무엇보다 108배 기도하면서 배려심을 배우고, 마음 그릇도 많이 커졌다. 항상 수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고 하심하며 배려하고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누군가 발원을 묻는다면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밝히고 싶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발원은 앞으로도 명심하며 살아갈 것이다. 절수행을 시작한 이후 선차 명상과 싱잉볼 명상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만났다. 절과 명상은 방법은 다르지만 넓게 보면 같은 길을 안내하는 수행이라고 본다. 분명한 사실은 절과 명상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더 감사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25년 전 합창단에 처음 입단할 때, 알게 된 찬불가 중에서도 유독 ‘구름 걷힌 달처럼’을 좋아한다. 한참 부를 때는 가사를 외우기에 급급했는데 지금 가사를 음미해 보면 그대로 참회 기도문이다. 항상 존경하는 주지 심산 스님. 스님은 부산불교교육대학 포교사반에서 ‘법화경’을 공부할 때 인연이 되어 올해로 24년째 이어온다. 크신 포교원력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항상 수행의 길을 이끌어주시는 김경숙 문화관장님께 감사 인사 올린다. 오늘은 이 찬불가를 소중한 도반들과 나누며 감사의 절수행을 이어가고 싶다.
“부처님 전 조용히 눈을 감으면 나도 몰래 눈물이 솟아납니다. 아침저녁 마음 모아 기도했지만 돌아서면 욕심에 눈이 어두워 흔들리고 헤맨 죄 태산입니다. 두 손 모아 참회 합니다. 눈물 흘려 참회합니다. 백년동안 때 묻은 옷이라 해도 하루 동안 씻어서 깨끗이 지듯이 나의 참회 나의 번뇌 소멸하소서.”(문정희 작사, 김희경 작곡 ‘구름 걷힌 달처럼’)
[1483호 / 2019년 4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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