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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서 제주 4·3사건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 교계
  • 입력 2019.04.03 13:42
  • 수정 2019.04.03 17:07
  • 호수 1484
  • 댓글 0

사회노동위, 4월3일 추모 영산재 봉행
희생자유족, “평생 상처 치유된 듯” 감사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4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항쟁 71 주년 추모재의 일환으로 ‘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영산재’를 봉행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4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항쟁 71 주년 추모재의 일환으로 ‘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영산재’를 봉행했다.

서울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 부처님이 나퉜다. 스님들의 바라춤과 범패 소리가 무대를 장엄했다. 71년 전 제주 4‧3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희생자 유족 과 제주도민, 나아가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상생의 법석이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스님)는 4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항쟁 71 주년 추모재의 일환으로 ‘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영산재’를 봉행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조계종 사노위의 추모영산재를 시작으로, 각 종교계 릴레이 추모의식으로 7일까지 이어진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와 정부 토벌대 간 무력충돌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희생자 3만여명 중 80%가 공권력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불교의 피해도 심각했다. 4·3평화재단 조사에 따르면 사찰 37곳이 폐허화됐고 스님 16명이 사망 또는 행방불명됐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사노위는 영산재 봉행에 앞서 “4.3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덕조 스님은 "오랫동안 제주 4.3은 제주에서조차 섣불리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금기어였고 서슬 퍼런 압제와 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했던 민주의 광장에서조차 마음껏 외치기 어려웠던 이야기였다"며 "수많은 영령들의 억울함과 비통함은 거짓된 침묵 속에 묻혔고 살아남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위로받고 치유받지 못한 채 어둠속에 숨어있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비극의 현장과 역사의 진실을 알아가고 있지만 이제는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며 "사건의 진상과 책임 규명을 더 명확하게 하고 온전한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 특별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산재는 덕조 스님과 사회국장 해청 스님, 사노위 위원장 혜찬 스님을 비롯한 20여명의 위원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이수자 동환 스님의 집전으로 1시간 가량 엄수됐다.

의식을 지켜보던 희생자 유족 김병생(82) 어르신은 “마음 속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다”며 “스님들과 불교계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어르신은 12살 때 4‧3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오빠들은 잡혀가 행방불명됐다. 당시 끔찍한 기억은 한평생 가슴에 한으로 남았다. 트라우마가 심해 이맘때면 항상 쫒기거나 숨고 도망가는 꿈만 꿨다. 아픈 기억만 가득한 고향이 싫어 22세 때 도망치듯 서울로 상경한 뒤에는 다시 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는 “오늘 영산재를 보고 있으니 아버지와 오빠들도 극락왕생하실 것 같아 스스로도 위로 받는 기분”이라며 “불교계는 물론, 늦게나마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주고 있기에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공식 SNS계정을 통해 “4.3의 완전한 해결이 이념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지만 더딘 걸음에 마음이 무겁다”며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고 배‧보상 문제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조계종은 지난 3월30일 제23교구본사 관음사(주지 허운 스님)에서 ‘제주 4‧3 사건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사회부장 덕조 스님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4아픔과 상처의 역사를 평화와 인권 상생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며 “4.3희생자 가족과 제주도민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불교계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84 / 2019년 4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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