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립 금강대(총장 송희연)가 학교와 학생 사이 명예훼손 고소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총장이 학교 운영행태를 비판한 이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자 직원노조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등은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학교 당국의 사죄와 총장 등 주요 보직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금강대학교 학생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학생대책위)’가 ‘승복으로 사리사욕을 감출 수 없습니다’라는 서신을 천태종 산하 사찰 160여 곳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서신에는 △부도덕한 직원 채용 △법인 사리사욕을 위한 컨설팅 강행 △법인 스님들에 의한 독단적인 학사개편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지난 3월 학교 측은 총장 명의의 대자보 통해 이를 해교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색출해 법과 학칙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공고했다. 그리고 학생대책위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 혐의’로 논산 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어 학교 측은 CCTV 확인 결과를 공개하며 우편물 발송자를 입학관리팀 소속 교직원으로 규정하고 “학생 이름을 빌려 학생과 재단, 대학 구성원 간에 갈등을 조장했다”며 “이는 대학 개혁을 방해하려는 일부 세력의 명백한 해교해위”라는 입장을 이어갔다. 해당 교직원은 “학생 부탁으로 우편물을 발송한 것뿐”이라며 부인했지만 학교 측은 3월, 입학관리팀 사무실에 경찰 8명을 투입, 압수수색도 단행했다.

하지만 4월10일, 학생대책위 소속 학생 2명이 문건을 본인들이 작성했다며 관련 확인서를 논산경찰서에 제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국 학교 측이 재학생을 고소한 상황이 되자 총학생회, 직원노조, 교수협의회 등은 학생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학교 당국이 교내에 게시되는 학교 구성원들의 내부 비판을 문제 삼아 게시자를 색출하여 징계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구성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금강대 직원노동조합도 “학교 당국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학교를 비판한 학생을 총장이 고소하기에 이르렀다”며 “비리와 부당함에도 침묵하고 외면하는 학생만을 양성하려는 총장과 보직자는 당장 사퇴하고 학생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고소 건은 적법하게 수사 의뢰해 진행한 사항으로 결과가 나오면 학칙 등에 맞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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