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일체법의 분류방식 ①
64. 일체법의 분류방식 ①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9.04.22 16:38
  • 호수 14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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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루·유루 포함한 분석적 지혜가 아비다르마

아비다르마적인 논의들은
실존적 고 해결에 시사점
아비다르마에 대한 논서도
무루지 획득의 수단이 돼

아비다르마 불교는 물질적인 현상과 심리적 현상 등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점에서 제법의 현상, 특히 일체법의 분류방식과 그 특징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유부의 교학체계는 상좌부 불교와 달리 중관이나 유식학을 비롯한 대승교학의 사상 토대가 되고 있다. 다만 다소 필요이상으로 번쇄한 것은 아닌가! 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유부의 교의를 비롯한 아비달마적인 논의들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완전히 확립된 학설로 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부와 경량부, 상좌부 전통의 아비달마적인 논의들은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나 실존적 괴로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예컨대 ‘구사론’에서 아비다르마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아비다르마란 종자(從者)들을 거느린 청정한 무루(無漏)의 반야지를 말한다. 이 가운데 반야지(般若智, prajñā)란 현상을 분별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루의 오온에 대해 아비다르마라고 말한다. 우선 이것이 승의(勝義)에 속하는 아비다르마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어법에 따른다면, 문(聞)·사(思)·수(修)로서 생기는 그리고 선천적(生得的)인, 종자들을 거느린 오염된 유루(有漏)의 반야지도 또한 무루의 반야지를 얻기 위한 자량이 되므로 아비다르마라고 부르며, 또한 [아비다르마]논서도 무루의 반야지를 얻기 위한 자량(資糧)이 되므로 아비다르마라고 부른다.”

요컨대 아비다르마는 2가지 관점에서 설명된다. 하나는 현상을 분별하는 5온과 동반하는 무루의 반야지로서 승의에 속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루의 반야지로서 이것은 무루의 반야지를 획득하기 위한 자량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비다르마는 무루지와 유루지를 모두 포괄하는 분석적인 지혜로 이해된다. 이때 궁극적인 것은 승의에 속하는 아비다르마이다. 한편 아비다르마 논서도 무루의 반야지를 얻기 위한 자량이 되므로 아비다르마라고 한다. 결국 5온 가운데 무루의 반야지는 승의로서 오온 등을 자아로 집착하거나 오인하는 잘못된 견해를 제거하여 열반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5취온 가운데 유루의 반야지도 5온 등의 제 현상들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를 통해 장차 무루의 반야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아울러 아비다르마논서도 제법에 대한 분석적인 방법을 통해 무루지를 획득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유용할 것이다. 

한편 ‘구사론’의 계품에서는 초기경전의 일체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온(蘊, skandha) 등의 가르침은 제도해야할 중생이 ①어리석음(愚) ②인식능력(根) ③기호(希求)의 3가지 유형[이기] 때문이다. 즉 ①중생들의 어리석음의 유형에는 3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집합체를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신현상에 어둡다. 어떤 사람들은 물질적인 현상에만 [어둡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인 현상과 물질적인 현상에 어둡다. ②인식능력에도 3가지 유형이 있다. [즉] 날카로운 능력(利根), 평범한 능력(中根), 둔한 능력(鈍根)의 3가지 유형이다. ③기호(希求)는 3가지 유형이 있다. 간략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보통 길이로 말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아주 길게 말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 이다.] 그런 중생들에게 차례대로 온·처·계 등에 관한 3가지 가르침이 있다.”

요컨대 ‘구사론’에 의하면, ⑴5온은 정신현상에 대해 무지한 사람 혹은 상근기나 간략한 가르침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⑵12처는 물질적 요소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 혹은 중근기나 보통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⑶18계는 심리적·물질적 요소 모두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 혹은 하근기나 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해졌다고 설명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86 / 2019년 4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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