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수행 윤말숙(60, 선다혜)-하
주력수행 윤말숙(60, 선다혜)-하
  • 법보
  • 승인 2019.04.30 09:51
  • 호수 1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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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 입방해서야 능엄주 암송
아들 고3 땐 매일 삼천배 기도
가족 모두 불교 가까워져 감사
남은 생 여여하게 부처님 닮길
60, 선다혜

불교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능엄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정확하게는 능엄주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나. 그 때부터 능엄주가 무엇일까 파고들며 지금처럼 열심히 수행했다면 공부가 진척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생긴다. 

하루 겨우 몇 독, 처음에는 읽어도 하품이 나고 잠이 왔던 시절이 있었다. 겨우겨우 수행해도 되는 것인지 스님께 여쭤보면, 그래도 하라고 하셨다. 한 번씩은 머리가 무척 아팠는데 그럴 때는 잠시 쉬어도 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때때로 스님께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시기도 했지만 특별한 마장이나 상기도 경험하지 못했다. 아마 그만큼 열심히 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하루에 몇 독만 능엄주를 할 때는  매일 해도 도무지 외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횟수를 늘려가던 중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의 감포 무문관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각 10일씩 수차례 무문관 수행에 들어갔고 거기에서 참선뿐만 아니라 절과 능엄주를 병행했다. 비로소 능엄주가 외워졌다. 

아들이 고3일 때에는 스님께서 삼천배 기도를 제안해주셨다. 출근 전 1500배, 퇴근 후 1500배를 했다. 남편은 못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마라 했고, 아들도 어머니가 과연 할 수 있겠느냐며 믿지 못했다. 남편과 아들의 말을 들으니 더 절박했다. 내가 우리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시작한 수행이었지만 힘든 고비가 있었다. 그때 스님께서 비타민과 무릎약, 파스를 보내주셨다. 선물을 받고 중단할 수 없었다. 남편은 공양을 책임지면서 내 절수행을 응원했고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5개월 동안 매일 삼천배를 이어갔고 목표한 기간까지 원만히 회향할 수 있었다. 이 수행을 통해 몸은 쓰면 쓸수록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들도 무사히 고3을 졸업하고 입대 전 삼천배를 하며 어엿한 불자가 되었다. 

이제 수행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예불을 올린 뒤, 600배를 하고 능엄주과 참선으로 수행을 시작해 하루 동안 언제 어디에서나 능엄주를 수시로 끊임없이 하고 있다. 소리를 내서 하는 능엄주와 달리 소리를 내지 않는 능엄주 묵독은 또 다른 환희심을 선사한다. 집중이 잘 안 될 때에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주로 묵독한다. 보통 좌복에 앉아 참선하듯 묵독으로 하지만 사실상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다. 능엄주는 언제 어디에서든 꺼내들 수 있는 수행인 덕분이다.

수행하면서 몸의 변화뿐 아니라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일단 나는 모든 것을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외골수 성격이 짙다. 이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이 길로 가면 되는데 돌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능엄주를 외우고 절을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이런 길도 있고 저런 길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정에서도 남편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나를 먼저 돌아봤다. 수행을 한다면서 내가 정작 이런 사소한 일 하나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가. 이렇게 생각을 바꾸다 보니 변화가 찾아왔다. 불교를 멀게만 보던 남편도 내가 절에 가는 것을 지원해주게 되었고, 이제 옥천사는 아들과 며느리, 남편 가족 모두가 명절 때마다 찾아가는 도량이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한 가지 즐거움이 더 늘어났다. 마애불 순례를 하는 것이다. 남편이 계획을 짜고 나는 따라 나서기만 하면 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남편이 직접 절을 찾고 그 절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감사하다. 도반처럼 같이 정진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명예퇴직 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호스피스 봉사이다. 정토마을, 대구불교회관, 보훈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봉사를 해온지 10년이 넘었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삶과 죽음은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은 생의 발원이 있다면 여여하게 부처님을 닮아가는 것인데 다음 생에라도 완성하고 싶다. 다음 생에는 수행자가 되어 후회 없는 정진을 해보고 싶다.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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