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 ‘싯다르타’란 이름의 의미
18 . ‘싯다르타’란 이름의 의미
  • 현진 스님
  • 승인 2019.05.08 10:38
  • 호수 1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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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서로움 갖추고 태어난 최상의 황소 같은 분

고따마는 부처님 성씨가 아닌
소 가운데 최상이란 의미 존칭
샤카무니, 석가족 성인 의미로
부처님 고유이름으로 굳어진것

예전 어릴 때 허름한 동네식당 미닫이문에 한문으로 ‘白飯一切’라고 써놓은 것을 두고 ‘백반일체’로 읽느냐, ‘백반일절’로 읽느냐를 동무들과 옥신각신하며 다툰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던 ‘백반’이 다시 뇌리에 등장한 것은 거의 5~6년이 지난 고등학교 중반기에 우연히 부처님의 생애를 배우면서이다. 

부처님의 부왕 이름은 정반이요, 숙부의 이름이 백반이라 하였으니, 처음엔 그저 발음만 같은 것일 뿐이겠지 하였다가 나중에 한문까지 맞춰보고 동일한 글자임을 알고는 자못 신기해했었다.
‘정반(淨飯)’은 ‘śuddha(깨끗한)+odana(밥)’요, ‘백반(白飯)’은 ‘śuka(하얀)+odana(밥)’의 번역어이다. 우빠니샤드 등의 인도철학에 먹거리를 나타내는 단어인 안나(anna)가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눈・코・입・혀・몸 등 감각기관의 감각대상인 물질과 냄새와 음식과 맛과 감촉 등을 일괄적으로 언급할 때 살아감의 기반인 ‘음식’을 대표로 든 것일 뿐, 단지 먹거리만 중시한 것은 아니다. 안나와 유사한 오다너(odana)는 먹거리 가운데 쌀이나 쌀밥을 의미하는데, 이를 근거로 왕과 왕족의 이름에 반(飯)이 들어간 석가족을 당시 인도북부에 거주하며 벼농사를 지었던 부족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성인의 이야기는 내용처럼 원래 그랬을까? 아니면 성인으로 추앙을 받고는 그런 이야기들이 생긴 것일까? 아무튼 부처님의 탄생 및 어릴 적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전한다. 마야부인의 겨드랑이를 통해 세상에 나투신 일, 태어나시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걸으신 일, 어린 나이에 밭가는 쟁기에 죽은 벌레를 보고 무상을 느낀 일 등은 이제 그런 이야기들에 깃든 은유의 가르침까지 제법 알려져 있다.

부처님의 아명(兒名)인 ‘싯다르타(siddhārtha)’도 그런 이야기들과 혼재되어, 태어나셨을 때 이미 ‘해탈의 모든 목적(artha)을 이룬(siddha) 상태’로서 단지 중생제도를 위해 몸을 나투셨기에 그렇게 이름된 것으로 흔히 일컬어진다. 그러나 최초로 부처님의 일대기가 서술된 마명보살의 ‘붓다짜리따(불소행찬)’에 따르면, 예전의 성인들이 태어날 때 수많은 상서로운 일들이 발생하였듯이 부처님 때도 그런 이적들이 보였기에 부왕이 당신의 아드님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가 태어났을 때 왕국에선 태양의 아들 ‘마누’의 경우처럼 충만한 기쁨에 죄악은 사라지고 법도는 밝게 타올랐다. 왕자의 경우에도 그러한 유형들인 모든 대상의 성취가 이루어졌기에 왕은 왕자의 이름을 ‘사르와­아르타­싯다’라고 지었다. ‘붓다짜리따-02.16~17’

원래 ‘sarva(모든)­artha(상서로움의 대상들을)­siddha(성취함)’였던 것이 ‘sarva­artha(깨달음의 대상들을)­siddha’로 이해된 것은, 어쩌면 결국엔 깨달음을 이루셨기 때문에 그리 문제될 것도 없는 듯하다. 그 이름이 간략화된 ‘싯다르타(siddhārtha)’를 우리는 부처님의 본명으로 알고 있는 셈이다. 그 앞에 붙는 ‘고따마(gotama)’는 인도인들이 사자와 더불어 가장 숭배하는 소(go) 가운데 최상(tama)이란 의미로, 성씨라기보단 훌륭한 분의 이름 앞에 붙이는 존칭에 속한다. 그리니 ‘고따마싯다르타’는 ‘모든 상서로움을 갖추고 태어난 최상의 황소와 같은 분’이란 의미이다.

그 외에 부처님을 일컫는 호칭으로는 석가모니로 번역되는 ‘샤카무니(śākyamuni)’를 들 수 있는데, 부처님 부족이 샤카족인 까닭에 ‘샤카족(śākya)의 성인(muni)’을 가리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처님 이후로 샤카족에 더 이상의 두드러진 성인이 나오지 않은 까닭에 이 또한 부처님 고유의 이름처럼 되어버렸다. 이처럼 성인은 물론이요 범부일지라도 각자의 이름에는 부모나 앞선 분들이 담아준 의미가 담겨있다. 좋은 쪽이라면 다소 오해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정확히 알면 더 좋을 의미가.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88 / 2019년 5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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