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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승에 귀의하고 오계 받아야 불자다”

이자랑 동국대 HK교수 발표
한국불교, 불자인구 감소보다
희박한 지계의식이 더 문제
삼귀의와 오계 받아야 불자
오계, 강제 아닌 자발성 특징
심신 평안하게 하는 생활규범

이자랑 교수
이자랑 동국대 HK교수

때때로 ‘불자’라는 말처럼 모호한 경우도 드물다. 일 년 내내 절에 가지 않아도 부처님 가르침을 좋아하면 불자라고 부르거나 부모가 불교를 믿어서 자신도 불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근래 불교를 표방하는 단체 대표가 자신을 “불자이자 기독교인”이라고 공표하는가 하면 또 다른 재가단체 대표는 비불교 단체에 불자상을 주고는 “(기독교인이더라도) 그가 부처님 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재가불자”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면 이들이 정말 불자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걸까.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는 경희대 비폭력연구소와 불교평론이 5월23일 서울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열린논단에서 재가불자의 정의와 구체적인 실천 항목을 제시했다. 계율학 및 불교교단사 연구자인 이 교수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와 오계를 수지해야 비로소 불자’라고 명확히 밝혔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삼귀의와 오계를 받지 않았다면 통계청 종교란에 불자라고 쓸 수는 있겠지만 불교가 성립할 때부터 이어져 온 엄밀한 의미의 불자는 될 수 없는 셈이다.

발제문에 따르면 불자가 갖춰야할 보다 본질적인 조건은 삼귀의로서 그게 중요한 것은 실천을 이끌어내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가불자가 실천해야 할 기본행인 오계(五戒)도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를 기반으로 일어난다. '계는 불자가 실천해야 할 생활규범'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수는 ‘불살생·불투도·불사음·불망어·불음주’가 ‘하지 말라(不)’는 금지의 명령형 형태로 표현됐지만 다른 한역 경전과 인도 문헌에서는 ‘이살생·이투도·이음행·이망어·이음주’로 ‘떠나다(離)’로 명시돼 있음을 소개했다.

팔리 경전에는 오계가 ‘①생물을 죽이는 행위를 떠나는 학처(學處, 익혀야할 항목)를 저는 수지하겠습니다. ②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는 행위를 떠나는 학처를 저는 수지하겠습니다. ③애욕에 있어 삿된 행위를 떠나는 학처를 저는 수지하겠습니다. ④거짓말을 떠나는 학처를 저는 수지하겠습니다. ⑤방일(放逸)의 원인인 곡주·과실주·취하게 하는 것을 떠나는 학처를 저는 수지하겠습니다’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원래의 오계에서는 명령 형태가 아닌 살생 등 악행으로부터 떠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 강조되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계는 어겼을 때 누군가로부터 벌을 받는 성격의 규범이 아니라 지키는 것도 어기는 것도 모두 본인 몫이라는 것이다. 또한 살생·투도·사음·망어는 그 자체로 악행이지만 음주는 다른 악행을 유발함으로써 중생을 재난에 빠지게 하기에 금지하는 항목임을 상세히 설명했다. 취하게 하는 물질은 자신의 심신을 관찰하는 사띠(알아차림, 마음챙김)의 힘을 잃게 할 뿐 아니라 나태하고 부주의에 빠지게 함으로써 팔정도가 성장하기 어렵게 만들고, 건강악화와 재산 손실, 나쁜 평판이 확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곡차, 반야탕 등 음주를 합리화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오계를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밝혔다. 악행을 차단함으로써 내 몸과 마음의 평안함을 유지하도록 하며 보다 궁극적으로는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생명에 대한 자비심’을 키워준다고 역설했다. 부끄러움은 계를 실천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이끌어내고, 자비심은 모든 생명이 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연민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어 구체적인 오계 실천방법으로 △수계의식에 참석할 것 △참회 시간을 가질 것 △계율 관련 강의나 책 등 접할 기회를 많이 가질 것 △내 마음을 들여다 볼 것 △좋은 벗들과 교류에 힘쓸 것 △자애명상을 실천할 것 등을 적극 제안했다.

이 교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불교가 개신교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그것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불자로 분류된 사람 중에 진정한 불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라며 “만약 이들이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기반으로 자신을 청정히 하는 삶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불자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조건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계의 실천을 통해 번뇌를 다스리며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순간순간 탐진치가 자비심으로 변화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모든 신행생활의 기반이자 불교를 이끌어가는 힘으로 숫자와 상관없이 이런 불자가 한국불교를 지탱하고 있는 한 그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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