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고통에 눈물 부조도 못하면서 뭘 하겠나
남 고통에 눈물 부조도 못하면서 뭘 하겠나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9.05.27 13:24
  • 호수 14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 보각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추운 겨울날, 소년은 아침에 어머니가 내민 빨간 내복을 껴입고 중학교 입학시험 고사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중간 정거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옷가지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해 추위에 덜덜 떨던 걸인 모녀가 차에 올랐다. 그때 어머니는 사람 많은 버스 안에서 소년에게 아침에 입었던 내복을 벗으라고 했다. 이유도 모른 채 내복을 벗은 소년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걸인 모녀에게 그 내복을 건넸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자비심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비심을 구현하려면 먼저 상대방에 대한 차별심을 없애야 한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생겨야 비로소 상대방에 대한 자비심도 싹 틀 수 있다. 소년의 어머니가 보인 모습은 바로 그 자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어머니로부터 사회복지 유산을 물려받은 소년은 출가해서 스님으로서는 처음으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주저 없이 소외되고 힘든 환경에 놓인 이웃들에게 헌신하는 복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35년간 1000여 명의 제자를 길러내고 불교계 사회복지활동을 이끌어온 보각 스님이다.

최근 중앙승가대에서 정년퇴임한 스님이 교육현장을 떠나면서,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해온 불교의 핵심을 쉽고 간결하게 풀어 책에 옮겼다. 스님은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에 부처님의 탄생에서 출가, 성도, 열반의 모습,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이어온 선사들의 경구를 인용하며 불교란 무엇인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담았다.

“대자(大慈)란 모든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고, 대비(大悲)란 모든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길”이라는 ‘대지도론’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보살은 무엇에 집착해 보시해서는 안 된다. 보시한다는 생각의 자취마저 없어야 한다”는 ‘금강경’ 가르침을 수행의 지표로 삼았던 스님은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사회에 실천할 수 있는 보살행은 사회복지라고 생각했다. 중앙승가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35년 동안 불교사회복지학을 가르치면서도 학자에 머물지 않고, 중증장애아동시설·노인요양원 등을 설립해 불교계 복지시설 확충에 앞장서며 실천가로 살아온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35년간 후학들을 양성해온 보각 스님이 정년퇴임을 맞아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타인과 공존하며 이웃에 공감하는 법을 담은 글을 한 권 책으로 엮었다.
지난 35년간 후학들을 양성해온 보각 스님이 정년퇴임을 맞아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타인과 공존하며 이웃에 공감하는 법을 담은 글을 한 권 책으로 엮었다.

스님은 책에서 불교적 깨달음을 토대로 인간으로서 겪는 삶에 대한 갈등, 불화하는 세상,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왜 늘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할 뿐, 적은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을까’ ‘귀천은 타고 난 신분인가, 행동에 따라 정해지는가’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을 이루듯 열린 종교가 될 방법은 없나’ ‘사이버 공간의 세상은 어떻게 극복할까’ ‘이 무상한 현실 속에서 영원을 사는 방법’ 등 불교적 가르침이 녹아든 스님의 해법에는 항상 타인과 공존하는 법이 스며 있다. 

불교의 목표, 즉 깨달음에 이르려면 신해행증(信解行證)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믿어야 하고(信), 그 믿음을 배우고 이해하며(解),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실천하고(行), 그럼으로써 스스로 믿음을 증명(證)하는 것이다. 스님이 출가해 수행자로 살아온 50여 년, 그 신해행증의 기록을 담은 책에서 불교란 무엇이고 그 가르침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사회복지 실현을 곧 수행의 과정으로 여겨온 스님이 말하는 깨달음은 공감이다. 스님은 “깨달음은 별것 아니에요. 아픈 세상에 눈물 한 방울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의 고통에 눈물 부조도 못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가장 큰 목적은 나와 타인을 향한 자비에 있으며, 그 자비를 실천할 때 마침내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서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을 사랑하는 부처님 가르침은 물론, 세상과 이웃에 공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0호 / 2019년 5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