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람료 ‘통행세 전락’ 책임 정부에 있다
문화재관람료 ‘통행세 전락’ 책임 정부에 있다
  • 법보
  • 승인 2019.06.24 13:23
  • 호수 149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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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 여가와 편익 증대’를 목적으로 국립공원제도를 도입한 건 1967년 7월이다. 그해 12월 지리산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68년 3개, 1970년 9개의 국립공원이 급속도로 지정됐는데 국가주도 사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0년대 접어들어 주춤하기는 했지만 총 7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됐다. 2016년 태백산국립공원 지정으로 현재 22개소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간과할 수 없는 건 사찰 소유의 엄청난 땅이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사전 승낙이나 피해보상 논의도 없이 국립공원으로 편입됐다는 사실이다. 그 규모는 전체 국립공원 면적 가운데 약 7%에 해당한다.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해인 1962년 12월 가야산 해인사에서 처음으로 징수됐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의 70%에 육박하는 성보(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불교계의 전통사찰에서 문화재 보존·보수를 위한 관람료를 받는 건 적어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이 것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1987년이다.

정부는 국립공원제도 도입으로부터 3년 후인 1970년 5월 공원 관리비용에 따른 재원확보를 위해 속리산국립공원에서 최초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17년 후인 1987년 4월 모든 국립공원에서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를 한 매표소에서 일시에 받는 합동징수를 시행했다. 정부는 탐방객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사실은 국립공원 입장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 하는 동시에 징수의 용이함을 도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립공원 입장료 합동징수 시행 직후인 1987년 7월 공원의 전문 관리를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됐다. 그러나 공단은 입장료 징수에 철저했던 것과 달리 입장료 징수 필요성과 합동 징수 당위성에 대한 대 국민 홍보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사찰 가는 데 왜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야 하느냐?” “등산 가는데 왜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연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설립 직후 처음으로 입장료를 징수한 공원이 북한산 국립공원이었다. 서울과 경기 북부에 걸쳐 있는 북한산은 1천만의 서울 시민은 물론 경기도 주민들도 자주 찾는 명산이다. 서울·경기권에서 거리가 먼 지리산 국립공원과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징수하는 입장료에 대한 반감의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장료에 대한 거부감이 일기 시작한 시점에서의 북한산 입장료 징수는 국립공원입장료 반대 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를 통합 징수하던 정부는 2007년 1월1일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공원입장료를 폐지했다. 조계종 입장을 전혀 고려하고 싶지 않다는 듯 입장료 폐지 홍보에만 열을 올린 정부는 문화재관람료 존치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다시피 했다. 더욱이 이 결정은 폐지 예정일 3개월을 앞둔 2006년 9월 당정협의를 통해 내려졌다. 조계종이 국민을 이해시키는 데 있어 3개월의 유예기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과 편의주의에 따른 편협한 홍보로 인해 대다수 시민들의 뇌리 속에는 ‘국립공원 무료입장’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또한 국립공원 내 사유지가 무려 3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국립공원은 국민 소유의 땅’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로인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통행세 받느냐’는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그 세월만도 10년을 훌쩍 넘었지만 역대 정부는 방관한 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정부의 일방적 국립공원 지정으로 인해 막대한 사찰재산이 국립공원에 편입됐음에도 그에 따른 보상은커녕 자연공원법, 문화재보호법 등의 헤아리기도 어려운 법들로 인해 규제만 받아왔던 불교계다. 문화재관람료가 시행되고 있던 차제에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하면서도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이중·유사 징수’라는 대국민적 반감을 키운 것도 정부다. 입장료를 둘러싼 국민과 정부의 갈등 국면을 국민과 불교계의 대립 양상으로 몰아넣은 것도 정부다.   

문화재관람료 논란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전락시킨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인식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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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2019-06-24 15:43:40
사찰이 그 많은 땅을 소유하게 된 역사는 어떻게 된 것인가 궁금합니다.
무소유의 종교인데 땅을 그만큼 소유해야 하는건가요?
아니면 꼭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건가요?
아니면 무소유의 종교가 아닌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