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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성지 조성에 국가재정 늘면서 갈등도 증폭”

  • 교계
  • 입력 2019.07.15 14:39
  • 수정 2019.07.16 17:14
  • 호수 1497
  • 댓글 0

종평위, 성지연구 자료집 발간
각 종교간 성지갈등 이유분석
“성지 개념·의미 근본적 고찰
종교간 소통·갈등 해소 토대”

각 종교계가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같은 공간을 두고 종교간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성지 조성의 근본적인 의미에 입각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국가예산을 지원받는 성지화 사업은 “종교문화의 관광자원화”라는 점에서 성지의 개념과 의미를 근본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종교평화위원회는 최근 ‘종교계 성지화 사업,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법’ 연구조사 자료집을 발간했다. 해당 자료집은 2017년 1차로 진행된 성지화 사업 실태조사에 이은 후속 연구로, 내부 활용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종평위는 해당 자료집을 활용해 6월24일 중앙종회의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종평위는 자료집에서 현대사회에서 성지의 개념과 의미를 새롭게 연구한데 이어 각 종교별 성지갈등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했다. 불교와 관련한 갈등 사례는 가톨릭 성지화로 인한 천진암, 주어사가 대표적이다. 불교 사찰터의 가톨릭 성지화로 이미 적지 않은 논란이 야기된 곳이다. 특히 천진암 성지화 사업의 경우, 가톨릭계는 1975년부터 천진암 성당 건립을 위한 100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종평위는 천진암 대성당, 천진암 성지 등의 명칭에 대해 “성지 조성 사업이 낳은 기묘한 이름”이라고 평가했다.

종평위는 특히 성지갈등의 요인으로 △같은 공간 내 서로 다른 종교적 기억의 갈등 △같은 공간 내 종교적 기억과 역사적 기억의 갈등 △특정공간에 깃든 종교적 기억의 무시와 삭제 △성지의 선점과 기억의 약탈‧복원 등으로 분류했다. 또 성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종교의 성지에 대한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불교의 경우 전통종교로서 문화재나 전통사찰 등 종교가 아닌 문화의 이름으로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인 반면, 가톨릭의 경우 한반도에 늦게 도래한 종교로 역사성과 문화적인 요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천진암과 주어사의 경우 불교에서는 사실상 잊혀진 성지이나 가톨릭에서는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양 종교가 이에 대한 대화를 통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공간은 무수한 종교를 썼다가 지울 수 있는 곳”이며 각 종교가 성지에 부여하는 의미와 선택에 따라 성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불교와 가톨릭 두 종교가 동시에 성지화를 추진 중인 주어사에 대해서도, “불교계는 가톨릭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를 실행해서는 안되며 가톨릭 역시 불교의 종교적 기억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성지화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내놨다. 성지는 한 종교가 주장하는 진리를 구체적인 방식으로 실증하는 방법 중 하나로, 종교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다종교사회에서 교세를 과시하기 위한 욕망도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별로 이뤄지는 성지 조성은 사회적인 규범이나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한 고유 권한에 속하지만, 종교 성지 조성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현상이 증가하면서 갈등과 고민이 발생한다. 

국가는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 종교의 성지 조성 사업에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며, 이 과정에서 종교의 ‘문화적 특성’이 강조된다. 종교 성지가 신앙공동체뿐 아니라 민족의 역사 및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전제에서, 공동체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성지화 사업이 ‘종교문화의 관광자원화’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종평위는 “종교는 종교문화라는 명분으로 국가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종교가 아닌 문화화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으며, 때문에 종교적으로 ‘성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평위는 “자료집은 종교에 따른 성지 개념의 차이와 종교간 갈등 원인을 이해하고 현대사회에서 종교 성지가 갖는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종교간 소통과 이해, 갈등해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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