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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향충만(戒香充滿)

사찰에 핀 염화미소

여름은 연꽃의 계절이다. 경내를 연꽃으로 장엄한 사찰들이 한여름 중생들의 시름을 달래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불교에서 연꽃은 특별하다.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을 때 걸음걸음마다 피었던 것이 연꽃이다. 연꽃을 이르는 표현은 많지만 처염상정(處染常淨), 계향충만(戒香充滿)이 특히 많이 회자된다.

더러운 곳에 처해도 물들지 않고 이를 정화해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연꽃의 모습에서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특히 탐진치(貪瞋痴)의 각축장인 사바세계에 있어도 철저하게 계를 지키며 계의 향기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계향충만(戒香充滿)의 의미가 깊다. 연꽃은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는다. 이는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과 중생구제가 하나임을 역설하고 있다. 위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구제하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의 가르침은 선후(先後)가 아닌 동시(同時)라는 깨우침이다.

부처님의 세계를 또한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 말한다. 열심히 수행해 극락에 가면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연화화생(蓮花化生)이다. 부처님이 앉는 곳은 연화좌(蓮華座)이며 ‘법화경(法華經)' ‘화엄경(華嚴經)' 속의 꽃들은 다 연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이렇게 온통 연꽃으로 장엄돼 있다. 특히 부처님께서 꽃을 꺾어 들자, 가섭만이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 속 꽃도 다름 아닌 연꽃이다. 

연지(蓮池)가 있는 사찰은 예외 없이 연꽃축제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연지가 없는 도심의 조계사와 봉은사 같은 사찰은 거대한 연꽃화분과 인공연지를 들인 까닭에 연지 못지않은 아름다운 연꽃을 만날 수 있다. 

연꽃에 담긴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연꽃을 마주해보자. 그 자리에서 혹시 ‘몰록’ 염화미소를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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