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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가적 가치를 가져야 할 때

기자명 성원 스님

약자는 본래부터 약자가 아니고
강자는 언제까지 강자일 수 없다
아집 늪 빠진 일본 이끌어 줘야

1895년 10월8일이었다. 을미사변이 일어났다. 역사를 배우면서 참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가끔 있는데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그중 하나였다.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시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들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이 되었다고 배웠다. 그러니 더더욱 말이 되는가? 강제병합 15년 전에 일본 낭인들이 서울을 활보하고 궁궐에서 왕비를 죽이고 유유자적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하니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시간이 참 많이 빨리도 흘렀다. 100년하고도 25년이 더 흘렀다. 말 못하는 식물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생물은 시간이 흐르면 자라게 된다. 우리 사회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장해 가고 있을까? 늘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만해 스님은 옥중에 저술한 ‘조선독립의 서’에서 당시 군국주의 일본을 향해 그 잘못을 지적하면서 인류의 보다 높은 가치를 당당하게 주창하였다. 

“약자는 본래부터 약자가 아니요, 강자 또한 언제까지나 강자일 수 없는 것이다.…군국주의, 즉 침략주의는 인류의 행복을 희생시키는 가장 흉악한 마술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 이 같은 군국주의가 무궁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이론보다 사실이 그렇다. 칼이 어찌 만능이며 힘을 어떻게 승리라 하겠는가. 정의가 있고 도의가 있지 않은가.”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허망한 침탈의 야욕을 품고 날뛸 때 선량한 일본의 백성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물론 침략당한 나라의 사람들도 목숨을 잃었다. 일본 위정자들이 인류의 도도한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그릇된 전 근대적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데도 당당히 저항하지도 못하는 일본 사람들을 보면 한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자신들을 서서히 죽음의 늪으로 끌고 가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니 말이다.

일본은 정말 잘못되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우리나라보다 물질과 경제적으로 조금 앞서가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 정신은 쇠락하기 이를 대 없다. 이럴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일본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자신들이 죽음의 음습한 계곡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안타까움을 누가 일깨워 줄 것인가. 이제라도 일본은 ‘경제적 동물(?)’에서 벗어나 평화와 화합으로 번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대한민국과 함께 ‘위대한 21세기 인류’의 길로 동행하는 이웃이 되면 좋겠다.

지난번 불교대학에서 특강을 하신 제주 선림사 진학 스님은 초급 불자들에게 “불교는 내 가족, 내 지역, 내 나라가 잘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온 인류가 함께 잘되자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온 인류의 평화를 꿈꾸는 우리 불자들은 일본의 위정자를 향해 굴곡되어 흐르는 세월을 절대 잊지 말고 만해 스님 같은 결연한 자세를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촛불 하나 제대로 들고 저항하지 못하는 그 국민들을 애민히 여기며 기도해 줄 수 있는 큰 아량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들이 더 높은 범국가적 가치를 가지고 아직도 아집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을 이끌어 주어야 할 것이다.
 

성원 스님

우리는 반만년을 그들보다 더 지고한 삶을 살아가는 배달의 문화민족이지 않은가.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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