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스님’ 용어 기피하나
국가보훈처는 ‘스님’ 용어 기피하나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9.07.31 10:12
  • 호수 1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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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는 매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발표하고 그들의 공훈을 선양하는 추모행사와 전시회 등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1992년 시작돼 계속해 이어오고 있으며 언론과 방송,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홍보한다.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매년 5월 국가보훈처 및 광복회, 독립기념관 등 유관기관의 추천과 선정위원회를 거쳐 동년 12월 다음해 선양할 월별 인물을 일괄 선정하고 있다.

올해 6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었다. 이와 관련 국가보훈처는 만해 스님의 생애와 독립을 위한 활동 등을 포스터와 동영상, 웹툰으로 제작해 소개했다. 또 천안 독립기념관은 6월 한 달간 스님의 공훈을 기리는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오랜만에 접한 불교계 인물의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소식에 불교계는 반색했다. 앞서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불교계 인물은 1998년 3월 용성 스님, 2014년 6월 초월 스님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의 만해 스님에 대한 소개의 글을 접하면서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해 스님에 대한 소개 글이 ‘한용운 선생은 1913년 한국불교 개혁의…’라는 문장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해 스님은 1879년 8월29일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05년 인제 백담사에서 연곡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속명은 유천(裕天)이며, 용운(龍雲)은 법명이고 만해(萬海)는 법호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민족대표 33인에 스님으로서 불교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따라서 ‘용운’이든 ‘만해’든 출가해 받은 이름이기에 선생이 아닌 스님이라 칭해야 옳았다.

물론 ‘선생’은 요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민족의 사표로서 학덕을 갖춘 인물을 말할 때 쓰이는 극존칭이다. 일제의 통치에 대항해 국권회복을 위해 활동한 인물들을 선생이라 부르며 추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국가보훈처 역시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직함을 떠나 존경의 의미로 ‘선생’이라는 용어를 통칭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출가한 스님을 선생으로 부르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스님은 스님으로 불리 때 가장 자연스럽다. 이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아닌 속명을 사용해 한유천 선생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비단 만해 스님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1998년 3월의 독립운동가 용성 스님도, 2014년 6월의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도 국가보훈처는 모두 선생으로 소개하고 있다. 혹여 스님들을 잘 모르는 사람이 국가보훈처의 소개 글만 본다면 백용성 선생, 백초월 선생으로만 기억할 수도 있는 일이다.
 

김현태 기자

선현을 선양하는 첫걸음은 후손들이 그를 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보훈처가 ‘스님’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종교인이면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스님들에 대한 예의이다.

meopit@beopbo.com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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