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종정 성철 스님
109. 종정 성철 스님
  • 이병두
  • 승인 2019.08.19 17:12
  • 호수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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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큰 스승

장좌불와·동구불출의 수행자
종정 취임에 불교이미지 개선
"산은 산 물은 물” 세간의 화제
치열한 구도열 함께 드러나길
성철 스님의 다비식 장면.
성철 스님의 다비식 장면.

‘10‧27법난’에 휩싸여 전국의 사찰이 몇 달 동안 강제적으로 침묵에 잠겼고, 스님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던 1981년 초, 대한불교조계종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고 불자들이 환하게 웃는 날이 왔다. 1970년대 내내 지속된 ‘종정과 총무원장의 갈등’ ‘종정과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과 여러 승가세력들의 이합집산이 잠잠해지고, 새 종정과 총무원장을 선출하여 1981년 1월20일에 취임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날 불교인뿐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눈이 조계사로 쏠렸다. 무엇보다도 ‘가야산의 호랑이’로 불리며 오랜 장좌불와와 동구불출(洞口不出)에다가 해인총림 방장 추대 이후 진행한 ‘100일 법문’ 등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성철 스님이 종정 취임식에서 어떤 법문으로 세상 사람들을 위로할지 궁금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스님은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고 ‘…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 …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아주 짧은 ‘종정수락 법어’를 보내왔을 뿐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스님의 사자후를 기대했던 불자들과 언론들이 처음에는 실망하였다가 곧바로 환호로 바뀌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스님의 법어가 오르내렸다. 불자들은 물론이고 보통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도 이 말이 선문답(?)처럼 오고갔다.

그러나 오랜만에 불교인들의 얼굴을 펴게 한 화창한 날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총무원은 다시 갈등이 되풀이 되었으며,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이어졌다. 현실 문제에 언급을 피하던 종정스님도 어쩔 수 없었던지 8월10일에 “분규와 대립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로 1984년 7월14일 종정사퇴 성명을 내놓는 등 종단 현실을 완전히 모른체 할 수는 없었지만, 10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 1991년 1월에 다시 종정 추대를 받아들여 종도들에 희망을 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종정에 재추대된 지 2년 반 만인 1993년 11월4일, “…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보다 더하구나. …”는 열반송을 남기고 스님이 입적하자 이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이 사진이 보여주는 다비식에 쏠렸다. 중생인지라 “사리가 몇 과나 나올까? …” 등등 세속적인 관심사에 머물렀지만 어쨌든 성철 스님 효과가 몇달 동안 이어졌고, 그 몇 달 뒤 조계종 개혁불사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이미지는 좋게 유지되었다.

입적한지 30여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스님은 불교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어른으로 남아 있다. 스님을 기리는 기념사업이 이어지고 웅장한 기념관과 장대한 동상이 세워지는 등 스님에 대한 존경심이 식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거대한 조형물과 더불어 누더기 가사에 담긴 성철 스님의 진면목인 치열한 구도열도 함께 드러나길 바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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