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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①인간문화재 신응수

기자명 김형규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전통건축은 비례 볼 줄 아는 '심안' 중요

문화관광부는 올해를 '건축문화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있다. 그중에서 '고 건축을 위한 문화자료관 건립'과 '한국 건축 100년사' 등은 전통적인 사찰 건축을 고수하고 있는 불교계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없는 대목이다. 고 건축은 궁궐·서원 등 유교식 건축과 불교식의 사찰 건축이 큰 테두리를 이루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 건축들의 대부분은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목재로 지어진 대다수 고 건축들은 파손되거나 훼손되기 쉬워 이를 복원하고 보수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따라서 문화재 관리국은 이를 위해 매년 1회씩 문화재 복원과 보수를 위한 평가 시험을 통해 기능인을 양성하고 있으며, 그 수가 현재 1,800여 명에이르고 있다. 목공·석공·화공·드잡이·와공·조각 등 17개 직종으로 구성된 문화재 기능인들은 지난 88년 한국문화재 기능인협회(회장 신응수)를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또 불교계에는 동국불교미술인회(회장 이진형)와 대한민국전통문화재조각회(이재순) 등이 결성돼 매년 다양한 작품전과 문화재강연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기능인들이 문화재를실질적으로 다듬고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예술분야에비해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보신문사는 올해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고 건축과 관련된 목공·석공·화공·드잡이·와공·조각 등 6개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선정해 그들의 삶과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건축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공하고자한다.〈편집자 주〉

'대장장이는 쇠를 때려 늘이기 때문에 부자가 있어도, 목수는 죽은 나무를 깍아먹기 때문에 부자가 없다.'
목수들의 험난한 삶을 단적으로 표현한 옛 속담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옛부터 목수로서의 삶은 일반적으로 편하지 않은 직업이다. 목수로서의 자질은 가난과 고생이라는 짐 보따리를 얼만큼 많이 짊어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우수갯 소리도 이런 목수의 생활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목공 152호 신응수(59. 강릉 우림목재 대표)대목장. 목공부문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이며 목수로서의 최고 호칭인 대목장으로 불리는 사람이지만 그의목수로서의 삶도 속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춥고 힘든 보리고개 시절 공사현장을 따라 다니며 온 몸으로 갖은 고생을겪으며 목수가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목수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57년. 중학교를 졸업한 이듬해다.춥고 배고프던 시절 그는 무작정 상경해 삼촌 신강수씨를 따라 처음 목수일을 시작했다. 당시 삼촌은 일반 한옥 공사를 주로 했는데 그는 그곳에서 물심부름, 연장 심부름을 거쳐 대패질, 끌 구멍파기, 톱질 등 목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하나, 둘씩 배워갔다.

물심부름부터 차례로 기술을 배워 올라가는 과정은 전통적인 것으로 옛날부터 모두 이 과정을 거쳐 목수가 되었다.
"먹는 것 조차 변변치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묵묵히 참고 한단계 한단계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 힘든 시기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목수일을 하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몇개월만 지나면 바로 연장을 잡고 목수일을 합니다. 또 실제 일을 해보지 않았으면서도 기술자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바로 일에 달려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이유로 문화재 보수나 복원이 엉터리로 되는 경우가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그에게 1960년 목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대목장이었던 이광규 선생의 문화생으로 들어간 것. 이광규 대목장은 당시 몇남지 않은 조선조 궁궐목수로서 우리나라 고 건축에 관한한 최고 권위자였다.

"전통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의 조화, 처마를 따라 흐르는 유려한선의 미. 우리 건축이 가지고 있는 이런 아름다움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터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건물에 있어서 기둥의 크기와 비례 등은 좋은 선생님 밑에서 다년간 배워야만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광규 선생님을 만난 것 목수로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이광규 대목장을 따라 봉원사 요사채 공사, 서울 남대문중수 공사, 불국사 복원공사 등 큼직한 공사들을 쫓아다녔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승으로부터 목수로서 갖춰야 할 자연과 건물을 조화롭게 바라보는 '심안'을 얻게 됐다.

"한 번은 산속에서 작업을 하는데 장척이 없어졌어요. 그날 얼마나 꾸중을 들었는지 목수일 그만 두고 집에 가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번은 용인 자연농원에서 한옥을 신축한는데 그만 자를 잘못재는 바람에대들보가 길어져 공사를 전부 다시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스승밑에서 꼬박 15년 동안 목수일을 배운 그가 독립해 처음으로 한 공사는 수원성곽 복원공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안문, 창룡문, 포루 등이 모두 그의 작품들이다. 당시 이광규 선생은장안문 공사를 둘러 보고는 아무말 없이 가는 것으로 인가를 해 줬다고 한다.

그는 이후 불국사 복원, 부산 삼광사 대웅전 신축, 창경궁 중건, 구인사조사전 신축 등 굵직한 공사를 맡아왔으며 지금은 경복궁 복원공사에 전념하고 있다.

"건축자재는 꼭 우리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 지방이나 나라의 토양과기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곳에 뿌리박고 있는 재료를 쓰는 것이필수적이라는 거지요. 젊은 사람들이 이점을 잘 알아줬으면 합니다"

신 대목장은 최근 6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40여년동안 닦아온 기술과 함께 마음으로 얻었던 심안들을 모두 받아가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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