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환경 화두 ‘한중일 대회’ 24년 의미 있다 
평화·환경 화두 ‘한중일 대회’ 24년 의미 있다 
  • 법보
  • 승인 2019.11.04 11:39
  • 호수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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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박초 ‘황금연대’ 제안
한·일 불교계 적극 지지
동북아 불교위상 강화

중국과 일본이 수교(1972)를 맺은 20년 후인 1992년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삼국간의 교역과 현지투자가 뒤따르기 시작했고 정치, 경제, 문학, 예술 등의 교류도 증가했다. 급속한 변화에 불교계도 꿈틀거렸다.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가 대표적이다.

중국불교협회장이었던 조박초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거물이자, “중국 대륙의 불교가 대중을 위해 일하고, 사회복리를 도모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불교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인물이었다. 중국·일본 간의 수교 이후 양국의 불교계를 돈독히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조박초 회장은 삼국의 불교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시대를 여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자는 이른바 ‘황금유대 구축’을 제안했는데 한·일 불교계가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역사적인 1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가 열린 연유이기도 하다.

황금유대 구축이 빚은 최대 성과 중 하나는 ‘한반도 평화’ 기원이다. 교류대회가 열릴 때마다 ‘무아·자비·존중·평등의 교의를 실천함으로써 평화의 길을 개척하자’고 다짐했는데 2014년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열린 세계평화 기원법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임진각에 도착한 스님들은 평화의 종을 타종한 뒤 ‘평화로운 한반도, 조화로운 세계’라고 새겨진 현수막과 한반도기를 들고 통일대교까지 행진했다. 남북 양측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철책 선에서 피어난 평화의 불씨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가기를 희망한 역사적인 법회였다.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됐던 2018년 일본 고베 대회에서는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됐던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반기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한반도 정세에 따라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셈법이 각각 다른 점을 감안하면 평화를 향한 삼국 불교도들의 염원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조선불교도연맹까지 품으려 한 정성도 기울였음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환경 살리기’는 황금유대 구축이 빚은 또 하나의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2008년 제주도에서 열린 교류대회는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 과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 측은 ‘빈그릇 운동’을 제시했다. ‘빈 그릇 운동-음식 남기지 않기’는 2004년 정토회 산하 에코붓다의 제안으로 시작된 불교운동이었다. 지구촌의 굶주린 이웃을 돕자는 의미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어 조계종과 대기업은 물론 정치·문화계 등이 줄을 이어 동참하며 국민적 운동으로 확산됐다. 한국 측 대표로 나선 환경연대는 ‘빈 그릇 운동은 개개인의 인식을 바꾸고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조용한 혁명’이라며 ‘빈 그릇 운동의 세계화’를 제안했다. 

일본 측은 입정교성회의 ‘환경대책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한 달에 두 차례의 공양을 거르고 그 몫을 보시했는데 30여년 간 모은 누적액만도 100억엔을 넘었고, 기금은 환경, 인권, 난민 프로젝트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 소욕지족·무소유 정신을 실천할 때 자연환경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다. 공동발원문을 통해 ‘일체 존재가 서로 끊어질 수 없는 연기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진리를 잊은 채, 지구촌의 공업 중생들과 화해·공존하지 못하고 뭇 생명들을 해치며 살아왔다’며 참회한 것 또한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성지순례, 수행체험, 학술교류, 인재양성 등의 다채로운 교류활동을 통해 3국 불교계와 3국 국민 간의 상호이해와 우의를 다지는 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대승불교권 결집을 이뤄내며 동북아 불교의 위상을 강화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국의 불교도들이 실천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점검하며 나름의 개선책을 내놓는 것에는 한계점을 보여 왔다. 

좀 더 구체적이고도 세심한 실천덕목들을 논의하고 제안한다면 한중일 삼국우호교류대회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1511호 / 2019년 1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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