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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이심덕(59, 다금인)-상

기자명 법보

차일피일 법회 참여 미뤄오다
견디기 어려운 삶의 무게 마주
관음보살 1000회 염송 기도 후
‘금강경’ 21독 정진법회 동참

59, 다금인

네 아이를 둔 엄마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절에 기도하러 가는 것은 항상 마음만 앞서는, 내게는 참으로 먼 현실이었다. 통도사 울산포교당 해남사를 재적사찰로 삼고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은 법회에 동참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에 가는 날을 차일피일 미루며 하루하루 바쁜 일상만 반복하기를 꽤 오랜 기간 보내야 했다. 

5년 전 즈음일까, 나와 주변의 일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을 마주했다. 지푸라기라도 붙들어야 되겠다는 심정일 때 주변에 계신 분들이 100일 기도를 권했다. 절에 자주 가지 못하는 지난날을 참회하는 심정도 담아 종무소에 기도를 올리고 100일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의 방법은 평소 그나마 익숙한 수행법인 1000개의 염주알로 이어진 천주를 들고 관세음보살을 1000회 염송하는 관음정근 기도를 택했다. 

매일 절에 가서 천주를 들고 법당에 앉아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시간은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만나게 해주었다. 흰 종이로 덮은 듯 아득하고 막막했던 삶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기도 기간 중 뜻하지 않게 새 집도 구하게 되었고, 이사 등의 이유로 일상이 다시 바쁘게 돌아가면서 100일 기도를 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부랴부랴 다시 절에 갔을 때에는 정해 두었던 100일 기도 기간이 이미 끝난 이후였기에 부끄러움으로 뒤늦은 회향을 해야 했다.    

그래도 첫 100일 기도 덕분에 불교는 내게 더 친숙한 신앙이 되었다. 초하루나 재일이 되면 시간을 내어 절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풀리지 않는 고민이었다. 신행 프로그램도 여러 차례 문의해보려 했지만 선뜻 등록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먼 듯, 가까운 듯 아직 발을 딛기는 어렵기만 한 절이었기에, 드문드문 다니기가 다시 반복됐다. 지난해 지인들 소개로 다른 사찰 불교대학도 다녀 보았지만 불교에 대한 궁금증과 어려움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한 학기 수업만 마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바쁜 일상의 흐름 속에 신행은 다시 게으른 상태로 돌아갔다. 

그 사이 해남사에는 주지 혜원 스님이 새롭게 오시고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많은 불자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법회에 동참하는 분들도 늘어났다. 나 역시 새로운 기도와 법회 소식을 계속 마주했다. 하지만, 정작 가끔 절에 가는 나에게 변화는 더 낯설기만 했다. 절에 가겠다고 마음을 내기가 더 쉽지 않았고 직장을 핑계로 횟수는 오히려 줄어만 갔다. 그렇게 마냥 불자의 길을 외면하고 있는 스스로를 향한 경책의 시간이 당도했다. 셋째 아이의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아이를 위해 울산 해남사에서 다시 100일 기도를 올리게 되었다. 수능 시험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과 함께 기도를 올릴 수 있어 5년 전 혼자 하던 100일 기도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어느 때보다 기도에 동참하기 좋은 상황이었지만 100일 수능 기도 역시 자주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진 채 마음은 절에, 몸은 직장에 머물며 매일 매일을 흘려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수능을 앞둔 딸이 들녘에서 모기장으로 지은 집에 초라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한 번도 아닌, 두 번 씩이나 발견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3 아들 또한 검정색 운동복에 검은 가방을 멘 뒷모습이 두 번이나 꿈에 나타났다. 

그 꿈을 꾼 뒤 기도를 올려놓기만 하고는 정작 기도에 동참하지 못한 미안함이 사무쳤다. 누군가 해주는 기도가 아닌 바로 엄마인 내가 다짐하고 해야 할 기도였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었던 지난날이 후회됐다. 그날 곧바로 직장을 마친 뒤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해남사 저녁 기도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시기는 수능 시험을 10여일 앞둔 날이었다. 참 뒤늦은 발심이지만 더 미룰 수도 없었다. 마침 내가 다시 절을 찾은 기간에는 해남사에서 21일 동안 ‘금강경’을 매일 21독씩 독송하는 정진법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1513호 / 2019년 1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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