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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스님 1억원에 모십니다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1.17 20:45
  • 수정 2020.01.20 10:56
  • 호수 1521
  • 댓글 7

울산 황룡사 황산 스님이 공고
천일기도 사분정근 성만 조건
기도하지 않는 사찰은 ‘셧다운’

울산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

최근 사찰넷에 파격적인 부전스님 구인광고가 올랐다. 천일기도를 사분정근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만하면 1억원을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매월 보시금을 따로 준다는 조건이었다. 부전은 사찰에서 예불이나 기도 등 의식을 집전하는 역할을 맡은 스님이고, 사분정근은 새벽, 사시, 오후, 저녁의 하루 4번에 걸친 정진 기도를 말한다.

구인광고를 올린 것은 울산 시내 포교사찰인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이다. 스님들 사이에서야 참선하는 스님을 제일로 치고, 다음으로 강의 잘하는 스님, 그 다음이 절 운영 잘하는 스님, 마지막이 법당에서 기도하는 스님을 꼽는다. 허나 황산 스님은 절을 찾는 신도들은 법당에서 기도 잘 해주는 스님을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정성껏 기도하는 스님의 뒷모습이 신도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키고 스님들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다. 그렇기에 황룡사에도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스님이 꼭 계셔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기도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수행’이라는 황산 스님은 신도들에게 늘 기도를 강조한다. “절에 와서 기도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절은 영험한 도량이 됩니다. 그 말은 이곳에서 사람들이 발보리심도 하고 소원도 성취한다는 말입니다.” “나의 기도는 나 혼자만의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입니다. 내가 기도하면 타인들도 복을 받습니다. 게을리 말고 열심히 기도하십시오.” “봉사는 못해도 기도는 해야 합니다. 기부나 보시는 못해도 기도는 해야 합니다. 기도야말로 진정한 법보시입니다.” “기도는 지혜를 키워 올바르게 생각토록 하고 가피와 복덕이 생기도록 합니다.”

기도를 중시하는 스님의 신념은 오랜 경험에서 비롯됐다. 1991년 출가한 스님은 계를 받고 수도암에서 하루 네 번 2시간씩 100일간 일심으로 기도했다. 그런 뒤에야 스님은 참선수행을 위해 선방으로 떠났다. 여러 선방을 다니면서도 언젠가 천일기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스님에게 2004년 9월 그 인연이 찾아왔다. 통도사 선방에서 정진할 때 선방 입승 소임을 맡은 스님이 대웅전에서 천일기도를 할 사람이 없느냐고 했을 때 황산 스님이 곧바로 자원했다. 화두만이 수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하안거 해제가 끝나고 보름 뒤 천일기도에 들어갔다. 매일 사분정근 때마다 2시간씩 하루 8시간 넘게 기도했다. 얼마 후에는 불자들이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함께 경전을 독송하고 염불과 절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사시와 오후 기도시간이 되면 법당에는 기도객들로 빼곡했다. 모두들 소리 내 경전을 읽고 한목소리로 염불하다 보니 법당 안은 환희심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통도사에서 꼬박 1100일을 불자들과 기도하며 지냈다.

황산 스님이 황룡사 주지를 맡은 것은 2007년 12월이다. 이후 황룡사에는 휴일이든 명절이든 늘 기도가 그치지 않는다. 신중기도, 정초기도, 백일기도, 방생기도 등등…. 기도하지 않는 절은 저절로 셧다운이 되기에 절이 존속하기 위해서라도 기도와 공부는 필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황룡사가 도심사찰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대학, 평생교육원, 카페, 어린이 청소년 법회, 합창단, 북클럽, 문화센터, 지역아동센터, 무료급식소 등 온갖 모임과 행사가 사찰 내에서 이뤄진다. 매월 방생과 전국순례, 1년에 한두 번 해외 성지순례를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새벽기도와 사시기도가 끝난 뒤에는 꼬박꼬박 불교 강의도 이뤄진다. 이 모든 것에 황산 스님이 있다. 사분정근을 직접 이끌고 싶지만 포교현장이라는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편집국장
편집국장

이번 구인광고를 보고 최종적으로 10여명의 스님이 부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스님은 이 분들 중 한 분에게 천일결사 기도를 부탁할 예정이다.

기도는 서원이고 원력이며, 기도가 활발히 이뤄질 때 절이 살고 한국불교가 산다. 황산 스님과 부전스님, 그리고 신도님들의 정성스런 천일기도가 원만 성취되고 나아가 황룡사가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도량이 될 수 있기를 발원한다.

mitra@beopbo.com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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