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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중생을 우롱하면 못쓴다

기자명 한상범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국 불교계, 이대론 안된다. 오래전부터 가져 온 생각이지만, 총무원장선출을 둘러싼 분규를 보고 새삼 다시 확인한다. 이유야 어떻든 승려가 주먹질 패싸움을 도심 한복판 법당에서 몇일을 두고 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다. 거기다 법집행에 대해서까지 '세속법'을 따를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 승려는 사회인이고 불사도 사회속에서의 일이다. 법률을 초월한 사회인이 어디있단 말인가.

한국 불교계, 아니 한국 종교계는 1945년 일제 패망 이후에도 친일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 친일파 종교인이 국회의원이 되고, 교육계 지도자가 되었으며, 종교계를 그대로 장악했다. 이승만 집권기의 '정화불사'란 개혁도 권력의 입김과 무법적 변칙이 통함으로써 업보가 쌓여갔다. 박정희의쿠데타 후에는 일제 사찰령을 변조한 불교재산관리법 하에서 호국불교란 미명하에 정권의 시녀가 되기도 했다. 박정희가 피살되고 세상도 바뀌었지만,불교가 기득권과 기복신앙에 안주하여 온 것은 여전하였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이권다툼인 종권싸움으로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선 이권싸움에 연루되어 지탄대상이 된 인사들은 누구라고할 것 없이 모두 자숙하고 스스로 물러난다고 해도 땅에 떨어진 한국불교가권위를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권에 뛰어 든 사이비 불교인은 그 탐욕으로 말미암아 시대와 사회의 요구가 들리지 않는 불감증의 도덕적 불구자가 돼 버렸다. 그들은 지금 최악의 경제침체와 사회혼돈으로 사람들이 사경을 해매고 있는데도 이권에 미쳐날뛰고 있다. 만일 불교종단이나 사찰에 아무런 이권이 없다고 해도 그래도남아 있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법의를 걸쳤다고 스님 소리를 들을 자격이있는 것은 아니다. 법당의 부처나 사원이 불교의 전부가 아니다. 부처님의가르침이 있고 부처님의 정신이 있는 곳에 불교가 있다. 이름없는 거리의중생을 섬기는 행실속에서 오늘의 불교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시대와 사회의 현실속에서 불교의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것인가? 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화'라고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쟁의 법칙의 국경을 초월한 무자비한 관철은 약육강식의 경제원리 그 자체로 우리에게 밀어 닥친다. 이미 정경유착으로 취약해진우리경제가 선진자본의 위력앞에 무릎을 꿇었다. 국경장벽을 무너뜨린 정보혁명은 과거의 독재와 권위주의 우민정책을 박물관으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 바보로선 살아남을 수 없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부패층은 낡은우민정치의 향수에 사로잡혀 박정희 시대 복고타령으로 백일몽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시대를 거슬러 노예문화를 미화시키고 있다.

이윤이란 탐욕의 메카니즘은 지구 생태계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그러한 생명 경시의 어리석은 탐욕이 자연의 보복을 받게 되는 일이 이미 코앞에 닥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의 빈곤에서 초래된 위기속에서 일대 각성 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일이 오늘의 종교가 걸머진 과업이 아닌가. 아직까지도 식민지 시대의 유물인 도덕적 비겁성과 독재정치의 부산물인 노예 근성의 사슬을 깨부셔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장차 어떻게 된단 말인가.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
한국 불교계, 이대론 안된다.


한상범/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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