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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바르게 사는 것이 세상을 살리는 길

기자명 이병두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여겼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COVID-19)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온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유럽과 미주 지역의 여러 나라를 공격해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지만 이 바이러스에 맞설 저항 수단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아프리카도 안전지대가 아님은 누구든 알고 있다.) 설사 효과가 뛰어난 치료약이 준비된다고 해도, 그것이 바이러스균을 잡는 것보다 이 바이러스가 변종으로 진화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 우리의 노력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환자 치료에 정성을 다하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의 헌신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바로 세상의 고통과 환란을 구원[救苦救難]하는 관세음보살이고 “지옥 중생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구제할 때까지 기꺼이 지옥에 머물겠다”는 지장보살의 서원을 실천하는 보살이 틀림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살아 있는 보살’들이 있는 반면에 못된 인간들도 많아서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한다. 환자와 그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 인류가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발언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이 넘쳐난다.

“COVID-19 사태가 하늘의 심판”이라고 하는 목사도 있고, 특정 지역에 감염자들이 많아진 것은 2년 전 지방자치선거에서 투표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망언을 한 전직 소설가도 있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해지는 데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과 언론 그리고 스스로 정의파를 자처하는 숱한 사람들이 이 상황마저도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 삿대질 하며 “저놈들은 국민의 안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서 저런 못된 짓을 한다. 저런 놈들은 세상에서 모두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증오와 저주의 언설을 쏟아낸다. 일반 국민들 중에도 사실이나 진실과는 거리가 아주 멀 뿐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킬 뿐인 이들의 발언을 마구 퍼 나르며 불안과 공포를 확대시키면서도 막상 다른 사람들의 비슷한 행위에 대해서는 분노하며 증오에 가득 찬 말을 쏟아내는 이들이 많다.

그렇잖아도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아지고 전국 주요 도시 시내 중심가에까지 곳곳에 ‘임대안내’라고 크게 써 붙인 건물들이 많아질 정도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었는데 COVID-19 사태 악화로 사람들이 움츠러들어 바깥 활동을 줄이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외출을 한 사람들도 거의 모두 마스크를 쓰고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 하는 불안감에 가득 차 있다.

나를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이 공포감이 팽배해져서 설사 COVID-19 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무겁게 가라앉은 불안한 심리가 살아나기 어렵지 않을까. 이러다가 인간관계의 바탕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하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국민 여론을 이용해 반대편을 무너뜨리려 ‘차도살인(借刀殺人)’을 꿈꾸는 저질 전술까지 보여서 선량한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

“남들은 살생을 좋아해도 나는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을 좋아해도 나는 훔치지 않으며, 음행을 좋아해도 나는 청정한 삶을 살고, 거짓말‧이간질 하는 말‧아부하는 꾸밈말‧험한 말을 이어가도 나는 하지 않으며, 질투를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고, 화를 잘 내도 나는 그렇지 않으며, 삿된 생각을 해도 나는 바른 견해를 가져야 하오. … 남은 교만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하고, 스스로 잘 났다고 하면서 남을 헐뜯어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며, 계율을 어기더라도 우리는 계율을 지키며 살고, 게으르더라도 우리는 정진해야 하오.…”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에 하신 말씀이다. 나와 우리가 바르게 사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세상을 살리는 길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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